프란치스코 교황이 8일 오전(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의 성문(聖門)을 열고 ‘자비의 희년(禧年)’ 개막을 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성 베드로 성당에서 추기경, 주교, 사제 등과 함께 미사를 올린 뒤 “나에게 정의의 문을 열어달라”는 라틴어 인사를 전하며 평소 벽돌로 막혀있던 성문을 열었다고 이탈리아 언론이 전했다.
희년은 고대 히브리 전통에서 50년마다 지내던 특별한 해로서, 모든 이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소유지를 돌려주며 평등을 회복함을 의미해왔다. 가톨릭에서는 서기 1,300년 보니파시오 8세 교황 때부터 희년을 지내기 시작했으며, 1475년부터는 모든 세대가 최소한 한 번은 희년을 지낼 수 있도록 25년마다 지내왔다. 가톨릭 역사상 50년 또는 25년 주기의 정기 희년은 26번, 특별 희년은 2번 있었으며, 이번 자비의 희년은 역사상 3번째로 지정된 특별 희년이다. 성문을 여는 예식은 신자들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줌을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년 11월 20일까지 계속되는 ‘자비의 희년’을 통해 “교회가 자비의 증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지난 9월 희년 기간 중 사제들이 낙태한 여성의 죄를 용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여러 가톨릭 교회들이 희년을 맞아 ‘자비의 문’을 개방하는 등 준비에 나섰다. 서울대교구는 13일 정오 명동대성당 서쪽 문 앞에서 성년 선포 및 성문 개방 행사를 연다는 계획이다. 또 절두산·새남터·서소문 순교성지 문을 ‘자비의 문’으로 지정하고 내년 2월 성문을 열기로 했다.
대구대교구는 13일 계산대성당에서, 광주대교구는 임동대성당과 북동대성당에서 ‘자비의 문’을 연다. 전주, 춘천, 대전 등을 비롯한 각 교구들도 주교좌성당과 지정 순례지 등에서 ‘자비의 문’ 개문 미사를 지낸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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