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미국입국 금지’발언에 대해 백악관은 물론 유엔과 국제사회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8일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라며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저질이며 그의 발언도 독설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공화당 주자들은 트럼프가 만약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이를 거부할 것을 당장 선언하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이 야당의 대선 후보를 특정해 사실상 퇴출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이 이처럼 트럼프의 발언에 초강수를 둔 것은 자칫 무슬림 공동체를 자극해 극단주의자들의 추가 도발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지도부도 트럼프의 막말에 우려를 나타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비공개 의원모임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종교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와 미 태생 또는 귀화여부에 관계없이 시민권의 적법한 절차를 보장하는 제14조를 위반한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졸리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이제 경선을 그만둘 때”라며 경선 포기를 압박했다.
나라밖에서도 트럼프를 비난하는 반응은 잇달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은 분열적이고 완전히 틀린 것이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멜리사 플레밍 UNHCR 대변인은 “가장 취약하고 전쟁의 희생자인 난민들의 미국 재정착 프로그램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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