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 드라마가 실종됐다. 프로그램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장밋빛 전망을 앞세워 출범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종편은 이제 시사ㆍ보도와 예능 프로그램 일색이다.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JTBC는 최근 종영한 ‘송곳’ 후속으로 지난달 28일부터 드라마 스페셜 ‘빠담빠담’ 재방송을 편성했다. 지난 2011년 12월 JTBC에서 전파를 탔던 이 드라마는 당시 노희경 작가의 종편 진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4년 전 작품을 굳이 금ㆍ토요일 오후 8시30분이란 황금 시간대에 재방송하는 이유에 대해 JTBC 측은 “1%대 저조한 시청률로 주목을 못 받았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라 다시 방송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에선 “최근 드라마의 연이은 실패로 신규 편성에 부담을 느낀 것” “케이블 채널 tvN에서 동 시간대 방송 중인 ‘응답하라 1988’에 대적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란 말이 나돌았다.
JTBC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출범 초기부터 김수현(무자식 상팔자), 정성주(아내의 자격, 밀회) 등 스타 작가 섭외에 공을 들이며 시청률 두 자릿수와 화제성을 잡는 데 성공했고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과 ‘하녀들’ 같은 사극까지 선보여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는 평가도 받았다.
반면 나머지 3사(MBNㆍTV조선ㆍ채널A)는 ‘드라마 불모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N(‘천국의 눈물’)과 TV조선(‘위대한 이야기’)은 지난 1월과 5월 각각 드라마 종영 후 신규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채널A는 2012년 ‘굿바이 마눌’ 이후 명맥이 끊겨 사실상 드라마 포기 상태다. 그나마 JTBC와 TV조선이 내년 1월 각각 ‘마담 앙트완’과 ‘오직 하나뿐인 그대’신규 편성을 앞두고 있는 게 전부다.
종편들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편당 수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야심 차게 준비해 봤자 지금 같은 1~2%대 시청률에 그쳐서는 손실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MBN의 한 관계자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지만 섣불리 도전은 못 하는 상황”이라며“시청자들에게 우리 드라마가 볼 만하다는 걸 인식시키려면 지상파에 맞먹는 매일 편성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시청률로는 모험”이라고 설명했다. JTBC 관계자도 “드라마는 편당 적어도 2억~3억원의 제작비가 드는데 이 정도면 예능 세 편도 가능한 수준”이라며 “한 번 망하면 손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순수한 투자 개념이 아니면 수익을 바라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대신 보도ㆍ시사프로그램과 집단 토크쇼 등 돈 안 드는 스튜디오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종편 재승인 심사 중 ‘프로그램 기획ㆍ편성 등의 적절성’ 항목에서 종편 모두 재승인 기준점 이상을 받았다. 윤성옥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는 “노동운동을 다룬 ‘송곳’ 같은 드라마를 선보이는 등 JTBC의 콘텐츠 개발 노력은 인정할 부분”이라면서 “시사프로그램에 편중된 TV조선과 채널A는 콘텐츠 산업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산될 것이란 애초의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 기준에 대한 방통위의 보다 세밀한 평가 및 규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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