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해대교 케이블 절단 사고 당시 케이블 근처에 설치된 가로등 불이 갑자기 꺼진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당시 현장 주변에 낙뢰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다.
8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3일 오후 5시58분쯤 화재로 끊어진 72번 케이블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3개에서 가로등이 꺼지는 장면이 기록됐다. 이중 상행선(서울 방향)쪽 가로등은 잠시 후 다시 켜졌지만 하행선(목포 방향)쪽 가로등은 계속 꺼진 상태였다.
관련 전문가들은 “하행선쪽 가로등은 콘트롤러가 손상돼 꺼진 것으로 보인다”며 “낙뢰로 인해 주변에 순간적으로 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발생, 전기 기기가 오작동이나 정전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가로등 불이 꺼진 이유를 좀 더 분석할 필요는 있지만 당시 낙뢰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CCTV에 찍힌 영상은 “오후 5시50분부터 6시 사이에 하늘이 번쩍하는 것을 봤다”는 화물차 운전자의 제보와도 일치한다. 사고 당시 이 곳을 지나던 일부 운전자들의 블랙박스에 낙뢰가 찍힌 시간과도 비슷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이 CCTV는 교통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도로 방향을 비추는 것이어서 낙뢰가 케이블을 때리는 모습은 찍혀 있지 않다”면서도 “낙뢰로 인한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기상청은 “서해대교에 낙뢰가 관측된 바 없다”며 도로공사와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화재 원인을 조사중인 경찰은 도로공사로부터 CCTV를 건네 받아 분석하는 한편 낙뢰, 부실 공사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조사중이다.
한편 도로공사는 교통통제 중인 서해안고속도로 송악IC∼서평택IC 양방향 구간 가운데 상행선 송악IC에서 행담도까지 3㎞ 구간에 대해 교통통제를 해제한다고 8일 밝혔다. 행담도 내 모다아웃렛 200여 점포 상인과 종업원 등 500여명이 교통통제로 영업이 불가능해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당진=이준호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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