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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문화예술을 입다... 색다른 즐거움을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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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 문화예술을 입다... 색다른 즐거움을 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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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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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산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강원 정선군 삼탄아트마인에서는 아프리카 민속공예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50m 높이의 거대한 철탑은 과거 이곳이 석탄을 캐던 탄광이었음을 보여준다.
폐광산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강원 정선군 삼탄아트마인에서는 아프리카 민속공예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50m 높이의 거대한 철탑은 과거 이곳이 석탄을 캐던 탄광이었음을 보여준다.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해발 830m 함백산 자락. 10여 분간 구불구불한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정상부로 향하면 거대한 녹슨 철탑이 눈에 들어온다. 어림잡아 50m는 족히 돼 보인다. 가동을 멈춰 을씨년스럽기도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갖가지 예술작품이 반긴다. 그야말로 ‘반전’이다.

삼탄아트마인(art mine).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곳은 본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였다. 1964년부터 38년간 석탄을 캐던 탄광이었다. 2001년 문을 닫은 뒤 10년 넘게 방치되다 2년 전인 2013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옛 탄광사무실이 있던 4층은 상주 작가들을 위한 오픈 스튜디오로, 3층에는 현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하갱도는 와인저장고로 변신했다.

옛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지하갱도로 향하는 조차장과 작업 내용을 기록한 광원일지와 안전장비 등 처절하기까지 했던 광원들의 일상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김기훈(41ㆍ서울 양천구)씨는 “아프리카 민속예술품과 현대미술 작품, 과거 탄광에서 사용했던 장비들이 공존하는 모습이 이채롭다”고 말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간직한 산업유산을 예술작품으로 채운 이곳은 주말이면 1,000여명을 끌어 모으는 명소가 됐다. 해외 각지에서 도시재생 프로그램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이 곳을 벤치마킹 하러 찾을 정도다. 폐광 이후 버려진 도시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탈바꿈한 독일의 졸페라인에 빗대 ‘한국의 졸페라인’이라 부르는 것도 과찬은 아닌 듯하다.

폐광산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강원 정선군 삼탄아트마인에서는 아프리카 민속공예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폐광산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강원 정선군 삼탄아트마인에서는 아프리카 민속공예품과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폐광지역을 고원관광지로 변모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삼탄아트 마인 인근 정선 고한읍에서는 하이원 워터파크 공사가 한창이다. 모두 1,672억 원을 들여 실내외 물놀이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대단위 사업이다. “워터파크가 개장하는 2017년 하반기가 되면 비로소 정선이 사계절 관광지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는 게 강원랜드의 설명이다.

정선과 함께 대표적인 탄광촌이었던 태백도 ‘365세이프 타운’을 통해 관광도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365세이프 타운은 탄광이 번성했을 당시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에 착안, 각종 재난상황을 느끼고 대처하는 요령을 배우는 ‘에듀테인먼트’ 시설.

리히터 규모 7.0 이상 진동을 느끼며 도로가 갈라진 지진현상을 빠져 나오는 체험관, 회전하는 ‘라이더’를 타고 악당들과 맞서는 대테러 체험관 등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올 들어 입장객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정인(16ㆍ경기 군포시)군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와 같은 테마파크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365세이프타운과 삼탄아트마인, 과거 스위치백 기차가 다니던 곳에 마련된 삼척 도계 하이원 추추파크는 관광벨트를 구축, 패키지 상품을 만들기 위한 공동 마케팅 협약을 8일 맺었다.

다양한 관광지의 개발에도 정작 폐광지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폐광지역 지원 특별법(폐특법) 제정 이후 20년 째 수조 원이 투입됐음에도 성과를 낸 사업은 손에 꼽을 만하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수 천억 원의 혈세가 들여간 태백 오투리조트는 분양실패로 애물단지가 됐다. 강원도와 폐광지 시군은 카지노 외 뚜렷한 대체산업을 유치하지 못했다. ‘도박도시’라는 오명을 무릅쓰고 정선 사북읍 일부 주민이 최근 화상경마장 유치에 나선 사례는 폐광지 경제활성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선 고한ㆍ사북읍을 운행하는 택시기사 심모(63)씨는 “겉으로는 예전보다 좋아졌을지 몰라도 예전 탄광이 있던 시설 벌이가 지금보다 낫다”고 털어놨다.

이원학(41) 강원발전연구원 탄광지역발전지원센터장은 “카지노 등 일부 관광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활용해 치유와 힐링을 주제로 가족단위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글ㆍ사진 정선=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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