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지역 일부 중학교가 학생ㆍ학부모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학교에 상향지원을 노골적으로 유도해 불만을 사고 있다.
안동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2016학년도 고교 진학 예정자는 1,800여 명으로, 특성화고 우선지원(170명)을 제외한 1,630명의 중학교 졸업예정자들이 13개 일반고에 진학하게 된다. 이들 고교는 4~9일 원서를 접수해 학생부 성적 등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중학교가 특정 학교의 미달을 우려해 상향지원을 종용하면서 불거졌다.
안동지역 학생ㆍ학부모들에 따르면 고교 내신성적이나 장학금 등을 이유로 하향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커트라인이 높은 특정고 지원을 강권하고 있다.
이모(46ㆍ안동시 태화동)씨는 “중3 딸애 성적이 생각보다 낮아 커트라인이 조금 낮은 학교에 지원키로 했지만 담임교사의 반대로 고민”이라며 “가면 갈수록 대입에서 수능 중심의 정시보다는 내신성적이 중요한 수시가 늘고 있는데, 학교 측이 하향 지원을 극구 말리고 있으니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자칫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원서를 썼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당초 원했던 학교보다 훨씬 떨어지는 곳에 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는 문제의 특정학교가 7일까지 지원율이 예상외로 낮게 나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안동지역 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들은 이 학교의 미달을 우려, 지난 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취소하기도 했다.
학교측 관계자는 “진학상담을 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우선으로 신청을 하고 있지만 간혹 커트라인 성적이 아쉬운 학생들에게는 면학분위기 등을 고려해 특정학교 진학신청을 권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학부모 장모(44)씨는 “딸 아이의 진학을 앞두고 가정 형편상 장학제도가 좋은 학교를 선택하고 싶은데 학교에서 특정학교 지원을 고집해 떠밀려서 원서를 냈다”며 “자칫 장학금도 놓치고 내신성적도 엉망이 돼 대입 때 더 큰 손해를 볼지 걱정”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경북도내 비평준화지역 중학교에선 해마다 이맘때면 특정 고교의 미달이나 무더기 불합격 사태를 막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고교별 배치표를 만들고, 이에 맞춰 원서를 쓰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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