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때 술을 강권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과음하다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김모씨가 요양급여를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2012년 7월 고깃집에서 팀 회식을 한 뒤 2차로 옆 건물 노래방에 갔다. 회식 인원 31명 가운데 18명은 노래방에 가지 않고 귀가했다. 김씨는 노래방으로 가자마자 화장실을 찾던 중 비상구를 화장실 문으로 착각해 열고 들어가다 추락해 골반 등을 다쳤다. 이후 김씨는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항소심은 “팀장 부임 후 첫 회식이라 대부분 팀원이 참석했고, 참석자 다수가 과음해 원고가 자발적으로 만취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식과 사고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사업주의 음주 권유, 자발적인 음주, 다른 근로자들의 음주 상태 등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김 씨가 다른 직원보다 스스로 술을 더 많이 마셨고, 팀장은 술 마시기를 권하지 않은 사실로 미뤄 김씨의 부상은 업무 관련 회식에 수반된 위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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