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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ㆍ베네수엘라 등 재정난 가중…정정불안 불똥 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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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ㆍ베네수엘라 등 재정난 가중…정정불안 불똥 튈 수도

입력
2015.12.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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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사키르 인근 원유 생산시설 현장에서 7일 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키르=AP연합뉴스
바레인 사키르 인근 원유 생산시설 현장에서 7일 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키르=AP연합뉴스

지난해 이후 줄곧 내리막을 달리는 유가 추이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국가들,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산유국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경제 대부분을 원유 생산에 의지하는 이들 국가에게 유가 폭락은 곧바로 경제 위기로 연결된다. 더구나 이들 산유국은 대체로 정정마저 불안해 가라앉은 경기가 사회 불만을 들쑤실 경우 들 불처럼 확산되는 위기를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 악화 사우디, 사회불안 커질 것

배럴 당 30달러 대를 오락가락하는 유가로 원유를 팔아 재정을 지탱해온 원유 시장의 최대 카르텔인 OPEC 회원국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두루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OPEC 12개 회원국 가운데 원유 비축량(2014년 기준 2,670억 배럴)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 미 CNB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가 배럴 당 106달러 수준에서 유지되어야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정책과 에너지사용 관련 보조금 지급을 적자 없이 유지할 수 있다. 결국 현재의 저유가 상태가 지속될 경우 사우디 국민들은 복지 축소 등 체감하게 될 충격이 엄청날 것이란 예상이다. CNBC는 “최근 저유가로 매년 1,000억달러 이상의 적자가 쌓여왔지만, 과거 고유가 시절 쌓아뒀던 국고 덕분에 사회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저유가가 거듭되면 사우디 정부는 계속 가난해질 수밖에 없고 당장 복지정책들을 거둬들여야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저유가로 인해 올해 사우디의 재정적자 규모는 1,300억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를 벌충하려고 매달 53억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하면서 ‘제 살 파먹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위기가 심화될 경우 지금까지 원유를 팔아 쌓아둔 돈으로 생필품 가격을 낮게 유지해 왕실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지탱해온 사우디의 정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전문 정보회사 스타트포의 매튜 베이 에너지ㆍ기술 분석가는 “각종 통제장치를 이용해 국가를 운영하는 사우디 왕실이 그 동안 국민에게 베풀었던 혜택을 중단하면 정치적 위기가 닥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급기야 사우디 등 걸프지역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는 7일 부가가치세 도입을 공식화하며 “부가세율은 3~5%가 될 것이고 2019년 정도에 시행될 전망이다”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와 비교하면 중동의 다른 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의 상황은 덜 심각해 보인다. 지난해 기준 원유 비축량이 각각 980억 배럴과 260억 배럴로 사우디 비축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그만큼 영향을 적게 받는다. 더구나 두 나라는 유가가 배럴 당 72달러, 55달러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재정의 손익분기점을 지탱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국 경제난 심화

같은 OPEC 회원국이지만 비교적 빈국으로 분류되는 중남미의 대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주 열린 OPEC 회원국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감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된 직후 크게 화를 내면서 황급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원유 비축량이 2,980억 배럴로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에게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증산을 이어가는 것만큼 끔찍한 악몽은 없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급 불균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루 원유 생산량은 2005년 이후 10년 동안 250만 배럴을 꾸준히 웃돌고 있지만 국내 소비량은 하루 평균 100만 배럴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차베스 정권 이후 계속된 포퓰리즘으로 물가는 살인적으로 치솟고 화폐 볼리바르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등 경제난이 심각한 가운데 원유를 팔아 버텨야 하는 베네수엘라에게 뚝뚝 떨어지는 유가는 형벌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석유산업 전문 미디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국내총생산이 전년 대비 매년 10%씩 줄어드는 베네수엘라는 경제난이 심화될수록 원유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며 “저유가와 경제난이 맞물리면서 총선에서 16년간 버틴 좌파 집권당이 패배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남미국가들 가운데 원유 비축량이 두 번째로 많은 브라질(160억 배럴)에게도 저유가 추세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브라질 경제는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10%로 두 자릿수를 넘어섰고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마이너스 4.45%로 1996년 관련 통계 발표 이후 최악인 상황이다. 더구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집권당의 부패 스캔들로 인해 국회 청문회 출석과 탄핵 위기에 몰려있어 저유가 경제위기가 정치 불안을 확산하는 불쏘시개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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