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지난 10월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에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으로 실험용 사료에서 나온 균을 지목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객담(가래) 등 환자 검체와 실험실에서 채취한 환경 검체에서 방선균(S.rectivirgula)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방선균은 토양이나 건초, 사탕수수 등에 많이 존재하는 균으로 50~60도의 고온에서 잘 성장하며 과민성폐장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선균에 의한 호흡기질환은 통상 알레르기 면역반응에 의한 것이지만 건국대 집단 폐렴은 염증에 의한 것이라 양상이 다르다. 방선균 집단 감염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국내에서는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어 보건당국은 “확진이 아닌 추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방선균 등이 가동이 되지 않고 있던 환기시스템을 통해 건국대 동물생명과학관 4~7층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환자 55명 중 가장 많은 10명의 환자가 발생한 503호에서 가스 확산실험을 한 결과 가스가 4~7층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학교 측의 부실한 실험실 관리도 집단 감염을 야기했다. 실험실에는 실내 공기를 바깥으로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주입하는 환기시스템을 갖춰져야 하지만 동물생명과학관은 2013년부터 환기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았다. 지열을 이용해 이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겨울철에 새로 유입되는 공기가 너무 차갑다는 이유로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실에서는 실험만 진행해야 하는데도 학생들은 이곳에서 공부와 식사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병국 본부장은 “명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미국에 검사를 의뢰하고 동물실험 등도 진행하고 있다”며 “3개월 후 다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