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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사이다' 참여재판…증거물 드링크제 병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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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사이다' 참여재판…증거물 드링크제 병 공방

입력
2015.12.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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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검찰·변호인단 '공수 역할' 바꿔 가며 반박·재반박

마을주민 등 증인신문…일부증인 신변 노출 우려 차폐시설 요청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주 박모(82) 할머니가 7일 오후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대구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주 박모(82) 할머니가 7일 오후 국민참여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대구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6명의 할머니가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 이틀째인 8일 검찰과 변호인단은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양측은 공수(攻守) 역할을 바꿔 가며 공소 사실에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하며 설전을 벌였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한 피고인 박모(82) 할머니 집 감나무 밑에서 발견된 '뚜껑 없는 드링크제 병'의 범행 연관성을 놓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드링크제 병은 박 할머니가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결정적인 증거물이다.

이 병에서는 피해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에 든 농약(메소밀)과 같은 성분이 검출된 바 있다. 검찰은 앞서 피고인 집에서 이 병과 제조번호가 같은 드링크제 병 여러 개를 발견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해당 드링크제 병에 흙이 많이 묻어 있고, 글자도 다 뭉개져 있는 등 상당히 오랜 시간 비바람에 노출되고 밖에 방치된 것이다"며 범행에 사용했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경찰에 압수된 병의 훼손 정도가 도저히 집 안에 있던 것과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병이 땅에 일부가 박힌 상태에서 나왔고, 발견될 때까지 마당에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집안에 곱게 있던 것과 형상이 같을래야 같을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제조번호가 같은 데 집안에 있는 드링크제 병과 관계가 정말 없다고 하는 것이 맞는지 배심원들이 판단해 달라"고 했다.

변호인단과 검찰은 이 드링크제 병에서 지문, DNA 등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아울러 문제의 사이다가 놓여 있던 상주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 냉장고 손잡이와 피고인 모자 등에서 메소밀 성분이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주장을 주고받았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피고인 바지·상의,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것을 주요 증거로 제시했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메소밀이 닿은 곳과 닿았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곳에서 메소밀이 검출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피고인만 사용하는 물건 등은 메소밀이 닿았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제3의 범인 가능성, 피고인이 사건 현장인 마을회관에 도착한 시간과 피해자들이 마을회관에 도착한 순서,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CCTV 화면 등 과학적 증거와 배치되는 진술을 하는 과정 등을 놓고도 언성을 높였다.

변호인단은 이날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와는 별도로 순천향대 농약중독연구소 회신 자료 등을 내놓으며 할머니 옷 등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이 피해자들의 입을 닦아주는 등 과정에서 묻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 할머니와 사건 발생 뒤 현장을 방문한 마을 주민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증인들을 상대로 각각 제시한 증거자료 등에 대한 확인 절차를 진행했다.

일부 증인은 신변 보호 등을 위해 법정에 차폐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오는 10일까지 검찰과 변호인단이 요청한 증인 18명에 대한 신문을 한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피고인 신문, 검찰 측 의견 진술, 변호인단 최후 변론, 배심원단 평의·평결 등을 한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평의 결과를 참고해 판결을 선고한다.

검찰은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유죄를 자신하고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지난 7월 14일 오후 2시 43분께 경북 상주시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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