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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믹스커피 매출 감소, 김석수 회장의 리더십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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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식품 믹스커피 매출 감소, 김석수 회장의 리더십 흔들

입력
2015.12.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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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식품의 믹스커피인 맥심 화이트골드. 연합뉴스 제공

믹스커피 시장이 위기에 빠졌다. 아메리카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양한 종류ㆍ가격의 커피전문점이 여기저기 들어서면서 믹스커피 시장은 얼어버렸다. 이 현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동서식품이다. 동서식품은 국내 믹스커피 시장을 압도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믹스커피로 채우고 있기도 하다.

이를 보는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다.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동서식품은 주기적으로 제품 이물질 논란에 휩싸여왔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사과도 없어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배당잔치를 벌이면서도 사회공헌은 소홀히 하는 등 오너일가의 도덕적 자질도 자주 문제가 됐다.

▲ 설명문 : 서울 마포구 동서식품 본사. 연합뉴스 제공

■ 믹스커피 몰락, 동서식품도 위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8일 '가공식품 마켓 리포트 조제커피편'을 발간했다. 여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제커피(믹스커피) 소매시장 규모는 1조565억원으로 2013년(1조1,665억원)보다 9.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1조2,389억원)에 비교하면 14.7%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까지 조제커피 매출액도 7,513억원으로 2014년 3분기까지(7,966억원)보다 5.7%나 적었다.

식품부와 aT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믹스커피 대신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점을 들었다. 믹스커피를 먹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것이다.

커피의 종류가 컵커피, 병커피, 캔커피 등과 스틱형 인스턴트 원두커피, 캡슐커피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믹스커피 몰락의 이유로 꼽았다.

이에 따라 동서식품의 위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동서식품은 믹스커피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믹스커피를 개발해 현재 전체 매출의 약 75%를 믹스커피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믹스커피 시장과 운명을 같이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로 동서식품의 매출은 최근 계속 하락세다. 2012년에 1조5,603억원이었던 매출이 2013년에는 1조5,303억원, 2014년에는 1조5,056억원으로 조금씩 줄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도 1조1,195억원으로 작년 3분기 누적매출(1조1,338억원)보다 200억원 떨어졌다. 현재와 같은 매출 추이를 감안할 경우 연간 예상 매출액은 1조4,926억원으로 올해 역시 매출 하락을 겪을 전망이다.

▲ 식약처는 '대장균 시리얼' 사건 당시 동서식품의 시리얼에 대장균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균이 검출된 식품을 재사용하는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다. 사진은 식약처의 조사를 받은 시리얼. 연합뉴스 제공

■ 끊이지 않는 동서식품 커피제품의 이물질 논란

동서식품의 커피제품은 그동안 자주 이물질 논란에 휩싸였다. 2010년에만 수 차례에 걸쳐 벌레가 발견됐으며 이후에도 같은 사례가 여러 번 보고됐다. 올 초에는 동서식품의 커피 제품 카누의 제품 여러 봉지에서 벌레가 나왔으며 지난 6월과 8월에는 캔커피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또 다른 주력 상품인 시리얼은 계획적으로 대장균이 검출된 제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다. 동서식품은 작년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로 대장균이 검출된 시리얼을 소독 처리한 뒤 정상 제품에 섞어서 판매했다. 이 과정이 업무 매뉴얼에 명시된 통상적인 작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럼에도 동서식품의 사후처리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동서식품은 소비자들에게 자사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제대로 사과하기는커녕 문제가 된 제품을 수거ㆍ교환만 해줘 피해자들의 원망을 샀다. 특히 작년에 있었던 대장균 시리얼 사건이 벌어지자 초기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사과도 않겠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동서식품은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의 조짐이 보이자 4일만에 사과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동서식품의 태도를 '악어의 눈물'이 아니냐며 우려했다.

동서식품은 최근 대장균 시리얼로 논란이 됐던 '아몬드 후레이크'를 다시 시중에 내놨다. 소비자에게 어떤 해명도 없었다. 물론 문제가 없는 제품이지만 충격을 받은 소비자들에게 간단한 설명이라도 하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시리얼 광고도 슬그머니 재개해 '동서식품은 도덕이 있는 기업이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 올 초 경실련은 대장균 시리얼 제보자 중 11명을 추려 각 30만원씩 총 33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아직 진행중이다. 연합뉴스 제공

■ 오너일가의 도덕성도 도마

동서식품은 사회 공헌에도 인색한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2013년 광고비로 1,786억원을 지출했다. 반면 사회공헌으로는 고작 6억원을 써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김석수 회장이 외치던 '윤리 경영'과는 딴판인 동서식품의 민낯이다.

오너일가는 매출이 줄고 있는데도 배당잔치를 벌여 도마에 오르고 있다. 동서식품은 작년 1,693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총 1,12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중 50%가 지분율에 의해 동서식품의 지주사격인 ㈜동서에 배당됐다.

동서 오너일가는 이 배당금으로 돈 잔치를 벌였다. 동서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310억원이었다. 그런데 595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중 402억원이 오너 일가에게 돌아갔다. 김재명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 장남 김상헌 회장, 그리고 차남인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등 오너 일가 24명의 동서 지분율은 67.62%에 달한다.

동서의 현금성 자산도 3분기 기준 334억원으로 2014년(513억원)보다 3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오너일가의 도덕성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웅 기자 jukoas@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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