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기관의 형식적인 심사과정을 악용해 25억원 상당의 전세자금을 허위로 대출받은 일당이 검찰에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대출사기 조직, 임차인ㆍ임대인, 공인중개사, 소규모 영세업체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인원은 109명에 달한다.
부산지검 강력부(부장 김태권)는 가짜 증명서를 제출해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대출사기 조직 총책 김모(61)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박모(50)씨 등 9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서로 공모해 허위 서류를 작성ㆍ제출하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50여차례에 걸쳐 전세자금 대출금 총25억원 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시중은행과 신용평가기관의 허술한 심사과정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신용평가기관의 대출심사는 전화 확인 등으로 형식적이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으로 손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범행수법도 교묘했다. 과거 유령회사에서 허위 재직증명서를 발급하던 방식을 벗어나 실제 소규모 영세업체를 이용했다. 약 100만원씩 돈을 건네고 한 업체에서 2~3명 정도의 재직 증명서만 발급받는 방식이다. 브로커들은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서로를 ‘실장’으로만 불러 브로커들끼리도 인적사항을 알지 못했다.
검찰은 심사제도 보완을 위해 직접 방문하고 서명 받는 등의 개선안을 시중은행 등에 건의하는 한편 한국주택금융공사에게 수사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밖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도주한 대출사기 조직원 등 19명을 지명수배하고 행방을 뒤쫓고 있다.
한편 서민 전세자금 대출은 시중은행에서 요건을 갖춘 근로자ㆍ서민에게 임대차 보증금의 70~80%를 장기ㆍ저리로 대출하는 제도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출금의 90%를 무담보 보증한다. 대출을 위해서는 시중은행이 외부 신용평가기관에 의뢰, 근로자의 실제 재직여부나 주택 입주 등을 확인하는 심사과정을 거친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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