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문제의 예능적 접근이 싫어서 일요일 아침의 인기 동물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데 삼순이라는 긴꼬리원숭이 이야기로 온라인이 들썩거려서 다시보기를 했다. 인도네시아의 식당에서 식재료로 잡혀 있던 원숭이를 구입한 후 국내에 데리고 와서 11년을 함께 살았는데 사정이 생겨 동물원으로 보내는 내용이었다.
삼순이 이야기는 야생동물이 일반 가정을 거쳐 동물원까지 가게 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삼순이는 일반적인 희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는 시작이 좀 다르다. 하지만 야생동물과의 동거가 힘겨워지거나 지겨워진 사람들의 최종 선택지가 동물원이거나 유기 두 가지뿐임을 보여준다. 요즘 동물원에는 야생동물을 키우다가 버거워진 사람들이 ‘기증’이라는 명목으로 버린 동물들이 꽤 많다.
사람들과 함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동물원에 버려진 동물들은 어떻게 지낼까? 프로그램 사회자의 순진한 바람처럼 잃어버렸던 본능을 되찾아서 야생에서처럼 무리 생활을 하면서 잘 살아갈까?
2006년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 있는 로우리 파크 동물원에서 침팬지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고 허먼이라는 침팬지가 심한 구타로 죽었다. 허먼의 죽음은 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로 시민들에게 충격이었다. 허먼은 박수를 치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담배를 피거나 손 키스를 보내는 등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법을 아는 침팬지로 동물원의 스타였기 때문이다.
허먼이 동물원에 간 과정은 삼순이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1966년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철광회사에 다니던 미국인 애드 슐츠는 직원 식당에서 파는 새끼 침팬지를 산다. 이 침팬지가 바로 허먼이다. 밀렵꾼들은 어른침팬지는 잡아서 식용으로, 새끼는 애완용으로 팔았다. 애완용 새끼침팬지 한 마리를 얻기 위해서 보통 10마리의 침팬지가 학살되는데 허먼도 자기를 보호하다 죽어가는 어미를 눈앞에서 보면서 잡혀온 것이다.
허먼은 애드와 함께 미국으로 가서 부인과 두 딸이 있는 집에서 가족으로 자란다. 인간 자식처럼 말이다. 허먼은 가족과 함께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하지만 허먼이 힘이 세지고 통제하기 어려워지자 마당의 우리로 쫓겨나는 시간이 많아졌고 결국 다섯 살인 1971년에 동물원으로 보내졌다. 동물원으로 보내진 날 허먼은 돌아서는 가족의 등에 대고 가족을 애타게 불렀지만 가족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먼은 동물원의 암컷 침팬지와 짝짓기를 하지 못했다. 오히려 금발의 여성 사육사나 관람객을 보면 반응했다. 허먼은 새끼였을 때 어미를 잃었던 자신을 따뜻하게 품에 안아주었던 금발의 엄마와 애드의 직장 동료들을 잊지 못했고 그때부터 금발여성을 좋아하게 되었다.
허먼은 관람객이 자극을 하면 연기도 하고 겅중겅중 뛰기도 하는 등 반응을 했다. 인간과 함께 살았던 허먼은 어떻게 해야 인간이 좋아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허먼은 동물원의 인기 스타가 되었지만 끝까지 인간도 침팬지도 아닌 ‘인간이 되기를 갈망한 침팬지’로 살았다. 야생 어미 품에서의 짧은 순간, 인간과의 5년, 동물원 동물로 35년을 살다가 마흔 살의 침팬지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은 규제되어야 한다. 야생동물 멸종, 원산지와 국내 생태계 파괴, 감염의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칙이고 삼순이라는 개체만을 본다면 남은 생을 가족과 보내는 것이 인도적인 해결법일 같은데 가족이 형편이 안 된다니. “내가 너를 왜 데리고 왔니, 못할 짓을 했다.”는 삼순이 가족의 아픈 후회처럼 이런 막막함이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키우기의 마지막임을 사람들이 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
참고한 책 : 동물원, 에이도스, 토머스 프렌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