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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ㆍ분장ㆍ미술 없는 영화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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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ㆍ분장ㆍ미술 없는 영화 만들어보고 싶어요”

입력
2015.12.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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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슬기 감독은 "교사라는 직업이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안슬기 감독은 "교사라는 직업이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교사이면서 영화감독이라고 하면 다들 묻습니다. 청소년 영화 찍는 사람인지 혹은 학생들과 영화를 찍는지요. 그래서인지 의식적으로 학교와 영화를 분리하려고 합니다. 영화계에서 영화 몇 편 찍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도 싫고요.”

지난달 19일 개봉한 영화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연출한 안슬기(45) 감독은 영화계에 보기 드문 현직 교사다. 서울방송고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그는 2005년 ‘다섯은 너무 많아’로 데뷔해 ‘나의 노래는’(2007) ‘지구에서 사는 법’(2008)을 만들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7년이라는 긴 공백 끝에 찍은 네 번째 영화다. 불치병에 걸린 형을 구하려고 교회에 모든 것을 바치며 살던 어머니가 자살을 하자 복수하기 위해 지방의 PC방에 숨어 사는 젊은 교주를 찾아간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믿음을 주고 기대게 만들지만 결국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건 종교와 신자, 어른과 아이의 관계가 매 한가지라는 메시지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 노력했으나 실패한 아버지 세대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기도 했다. 안 감독은 “특정 종교 이야기라기보다 종교의 본질, 믿음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라며 “넓게 보면 신과 피조물, 부모와 자식, 어른과 아이, 세상과 이를 구성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안 감독의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작품이다. 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을 수상하고 전주프로젝트마켓 배급지원작으로 선정돼 개봉까지 했다. 3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굳이 휴직까지 하며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를 묻자 그는 “영화를 공부한 적이 없어 학교에서는 뭘 배울까 궁금했다”고 답했다. “세 번째 영화를 마치고 2년간 준비하던 작품이 진척이 없어 오래 쉬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화를 잘 찍을까 고민하다 진지하게 영화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에서 사는 법’을 제외하면 안 감독의 영화에는 매번 불우한 처지에 놓인 청소년이 등장한다. 그는 “학생들에게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를 만들 때 영향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학교 생활은 많은 캐릭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감독 직업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교사라서 영화에 교육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선입견을 피하기 어렵다거나 방학 때만 촬영해야 하는 제약도 있다. 안 감독은 “전복적인 표현을 담을 경우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교훈적이고 보수적인 영화를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나서 영화 제작의 관심사가 바뀌었다고 했다. 관객이 좋아하고 이해해줄지 고심한 결과가 이전 영화들이었다면 ‘해에게서 소년에게’에는 “어떤 게 영화적이고 어떤 것이 새로운 표현일까” 고민한 흔적이 담겼다. 그래서 앞으로도 “좀 더 영화적인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게 뭘까. “조명ㆍ분장ㆍ미술이 없는 영화랄까요. 이 모든 걸 포함한 것이 연출이겠지만 한 번쯤은 오로지 연출의 정수만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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