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금품 수수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민영진(57) 전 KT&G 사장이 7일 검찰에 소환됐다. 지난 8월 검찰이 협력업체 압수수색과 함께 KT&G 비리수사에 나선 지 약 4개월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석우)는 이날 민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협력업체들로부터 납품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조사했다. 그는 자녀의 결혼식 축의금 명목으로 현금 수천만원을 받는 등 3차례에 걸쳐 1억~2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민 전 사장에게 납품편의 제공 명목으로 4,000만원대의 스위스 명품시계 ‘파텍 필립’을 건넸다”는 협력사 관계자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민 전 사장이 재임 시절 충북 청주시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 과정에서 20억원대 부외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파악하고, 이 돈의 사용처를 캐고 있다. 검찰은 또, 그가 2013년 부동산개발 사업비리 의혹과 관련해 정ㆍ관계 로비스트인 남모(58ㆍ구속기소)씨에게 경찰수사 무마 및 서울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도 추궁했다. 청탁을 전후해 남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D건설사가 117억원대 KT&G 내장산연수원 신축공사를 수주한 사실도 드러나, 검찰은 배임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민 전 사장은 “축의금은 액수가 커서 곧바로 돌려줬다”고 해명하는 등 혐의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의 추가 소환 및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옛 전매청 출신인 그는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0년 대표이사에 올라 ‘MB맨’으로 분류되며,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1월 연임이 결정돼 6년째 자리를 지키다 지난 7월 말 사임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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