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13일의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8월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른 법정시한을 이미 두 차례나 어긴 것은 물론이고 예비후보 등록 개시(15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입법시한(31일)의 준수조차 불투명하다.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감안하면 여야가 당장 매달려야 할 최우선 현안일 터인데도 의외로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국회가 제 앞가림조차 못해 국민적 우려를 키우는 무책임 정치의 극치다.
여야는 7일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석한 ‘2+2 회담’을 통해 선거구 획정 원칙의 타결을 시도했으나 30분도 안 돼 회담이 결렬했다. 이를 두고 여야는 각각 “무책임의 극치”, “기득권 고수”라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작은 정치적 이해에 사로잡혀 서둘러 선거구를 획정하라는 국민적 요구에 등 돌린 명백한 본말전도다.
선거구 획정은 이미 법정시한을 넘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 획정위원가 선거 6개월 전(10월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할 획정안을 내놓지 못했고, 국회가 선거 5개월 전(11월13일)까지 의결해야 할 선거구 획정도 불발했다. 관련 법 규정을 억지로 임의법규로 해석해 입법부의 법 위반 비난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눈앞으로 닥친 현실시한까지 넘긴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된다.
당장 15일부터 시작돼야 하는 예비후보 등록 때까지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을 경우 정치 신인을 비롯한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이 심각한 장애를 겪는다. 더욱이 헌재가 지난해 현행 선거구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명령한 연말까지의 입법시한을 넘길 경우의 대혼란은 예상만도 끔찍하다. 선거구가 없으니 예비후보 등록이 무효 처리될 수밖에 없고, 기탁금도 반환된다. 선거운동이 불가능하고, 선거사무소가 폐지되며, 명함 배포나 홍보물 발송 등도 전면 금지된다. 이런 상황이 현역의원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직무태만’이 결국 기득권 보호를 위한 여야 공통의지가 배경이라는 의심이 짙다.
그 동안의 줄다리기에서 여야는 중요한 합의에 이르렀다. 우선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묶되, 농어촌 지역의 선거구 감소를 최소화 하기 위해 54명인 비례대표를 47명 선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늘어나는 지역구의 배분방식도 대강 합의했다. 남은 과제는 비례대표 배분방식으로 현행 방식을 고수하려는 여당과 비례성 강화 방안을 새로 도입하자는 야당의 대립만이 남았다. 이 정도면 여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만하다. 정치적 대혼란의 궁극적 책임은 결국 여당 몫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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