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한국인들이 대마도에서 불상 2점을 훔친 사건은 지금도 한일 간 외교 현안이다. 하나는 7월 반환됐으나 다른 하나는 법적 절차를 이유로 우리 당국이 보관하고 있다. 문화재의 일본 불법유출을 환기시켰지만, 한국이 문화재 절도를 감싼다는 비난은 훨씬 뼈아팠다. 일본이 약탈한 문화재는 공식적으로만 6만8,000여 점. 해외 유출 문화재의 40%가 넘는다. 이 사건 이후 문화재 환수 논의는 완전 중단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본이 불상 반환을 요구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도둑이 큰소리 치는 형국이 된 것이다.
▦ 2011년 일본 도쿄의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지고 한국으로 도망 온 중국인을 우리 법원이 석방해 외교논란이 된 적도 있다.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신병인도를 요구한 일본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우리 법원은 정치범임을 석방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방화범에 불과한 범죄인을 정치범으로 만든 법원 판단은 지금도 비난의 대상이다. 그럴싸한 명분만 내세우면 범죄가 민족적 항거가 될 수 있냐는 것이다. 만약 일본인이 불국사에 불을 지르고 일본으로 도망가 정치적으로 칭송 받는다면?
▦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전역 8만여 개 신사 중 가장 크다. 우리에게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있는 군국주의의 상징이다. 황국신사, 전쟁신사로 불리는 이유다. 군인ㆍ군속으로 강제 동원돼 숨진 한국인 2만1,000여명도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합사돼 있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는 조상을 추모하고 가족의 복락을 기원하는 성스런 종교시설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무병장수를 기원하고, 입학 졸업 취직 환갑 등 대소사 때 행운을 빌고, 조상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찾는 곳이다.
▦ 지난달 23일 야스쿠니 신사 남자화장실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으로 굳어지면서 한일관계의 뇌관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천장과 내벽이 불탄 현장에서 한국인 소행으로 보이는 여러 증거가 발견됐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사건 직후 한국인을 범인으로 단정하면서 혐한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이었다. 범인이 한국인으로 판명된다면 당국은 싸구려 민족정서에 밀려 정의와 원칙을 저버리는 우를 반복해선 안 된다. 개인적 울분은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이 일본의 망동을 부채질하고 우리만 더 곤란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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