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최현진(23)씨가 요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나노블록이다. 나노블록은 가로 세로 8㎜ 정도 크기의 초소형 블록을 맞춰서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장난감으로 많은 어른들이 빠져 있어 대표적 키덜트 상품으로 꼽힌다.
최씨의 경우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우연히 시작한 나노블록에 빠져 제품 구입에 꽤 많은 비용을 투자했다. 최씨는 “한 번 시작하면 자꾸 생각이 나서 계속 반복하게 된다”며 “특정 모양을 완성하기 위해 투자하는 한 시간 반 동안 고민을 잊고 혼자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7일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 11월 나노블록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13배 뛰었다. 주로 30, 40대 남성들이 주로 구입하면서 올해 키덜트 문화의 대표 상품으로 부상했는데, 최근 20대 여성층까지 확산되고 있다.
나노블록에 빠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점을 최고의 매력으로 꼽았다. 주당 1개꼴로 나노블록을 구입해 조립하는 백봉현(25)씨는 “머릿속이 복잡할 때 힐링을 하기 위해 나노블록을 찾는다”며 “게임이나 TV시청과 달리 나노블록은 결과물이 남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다양한 나노블록을 계속 내놓아 키덜트 문화에 빠진 사람들을 더 중독시킨다. 심지어 편의점이 자체 브랜드(PB)로 만든 나노블록 시리즈까지 등장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는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국내 블록 장난감 제조사 옥스포드와 함께 ‘PB 블록 장난감’을 내놨다. 5일 만에 완전 매진된 이 나노블록은 인터넷 중고 카페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20~30대(82%)들이다. 이에 CU는 10월과 지난달에도 연달아 PB 나노블록 시리즈를 출시했고, 이 역시 3~4일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이번 상품을 기획한 BGF리테일의 윤태준 생활용품팀 MD는 “편의점의 주 고객이 20, 30대”라며 “이들 취향에 맞춰 PB 나노블록을 개발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아기적 정서를 떠오르게 만드는 나노블록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성인들이 어릴 적 좋았던 기억이나 추억을 회상하며 행복감에 젖게 하는 것이 키덜트 문화의 힘”이라며 “최근 상업화가 이뤄지면서 예전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돼 키덜트 용품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김주리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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