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윤장현 시장 누가 굽힐까
도시철 2호선 건설 방식 두고 대립
윤 시장, 원점 재검토 후 연말 결정
시의회, 원안대로 추진하라 압박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광주시의회 기자실. 시의원 12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시장의 이름으로 시민의 발목은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윤장현 광주시장을 비판했다.
윤 시장이 취임 직후 막대한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논란만 키워놓고 왜 지금껏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는 시의회가 직접 2호선 건설에 대한 찬반을 묻는 시민여론조사를 하겠다며 윤 시장을 압박하던 때였다. 그로부터 1주일 뒤 윤 시장은 “다수 시민들의 뜻을 따라 도시철도 2호선을 최대한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윤 시장이 시의회의 압박에 꼬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의회는 이를 윤 시장의 소통 부재를 알리는 증표로 활용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지난 3일 열린 2호선 건설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김보현 시의원은 “시의회의 기본 방향은 원안이다. 원안 범위 안에서 공사비 절감 방안에 대해 전문가 집단과 논의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이 돼 있다”고 말했다. 2호선 건설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연말까지 최종 결정하겠다며 건설방식 변경을 시사한 윤 시장을 향해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시는 원안대로 건설하면 사업비가 당초 2조71억원에서 4,300억원 이상 증가하고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도 다시 해야 하는 만큼 사업비 절감을 위해선 건설 방식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원안중심형과 노면전차(트램)형, 원안고수형 등 5가지 건설방식을 제시한 상태다. 윤 시장은 지난 1일 “명품 도시철도 건설을 위해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고 건설 방식 변경을 거들었다.
이에 시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시의회는 “윤 시장이 또다시 2호선 건설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며 지역사회를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시청 홈페이지에도 윤 시장을 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시장으로 뽑아준 것은 시민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한 것”며 “신속한 정책 집행만이 논란을 잠재울 유일한 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시정에 경험이 없으면 그냥 기존에 하던 거나 제대로 이어가라”고 독설을 날렸다. 이 와중에 광주시가 사업비 절감에만 치중해 도시철도 안전성 및 시민 편익성 등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의회 일각에선 “시가 사업비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호선 건설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윤 시장을 몰아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시의회가 윤 시장을 향해 또다시 대립각을 세운 데는 “윤 시장은 더 이상 논란거리를 만들어내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한 윤 시장의 대응은 무엇일까. 되받아칠 카드는 있는 것일까, 아니면 또 물러설까. 이래저래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은 ‘논란철’, ‘고민철’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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