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즌보다 개성이 강한 외인들이 모였다. 2015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얘기다. 용병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살린 플레이로 개인 순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나섰다. 서브는 삼성화재의 괴르기 그로저(31ㆍ독일)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고, 블로킹에서 OK저축은행의 로버트랜디 시몬(28)이 강자다. 공격에서는 현대캐피탈의 오레올 까메호(29ㆍ쿠바)가 선두다.
그로저가 연출하는 ‘서브쇼’는 코트 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블로킹벽을 뛰어넘는 고공 타점과 섬광과도 같은 스피드를 두고 배구계에서는 “여태 V리그에서 이런 서브를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확실히 V리그에서 그로저의 서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7일 현재 그로저는 세트당 0.95개로 서브 순위 1위에 올라있다. 2위 시몬(0.46개)에 비해 거의 0.5개 더 많다. 지난 시즌 시몬과 삼성화재의 레오가 각각 세트당 0.57개, 0.55개를 성공한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그로저는 지난달 18일 라이벌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서브 에이스 9개를 꽂아 넣는 괴력을 선보였다. 이는 2005~06시즌 숀 루니(현대캐피탈)가 달성한 8개를 넘어선 남자부 최다 신기록이다.
세계적인 센터로 손꼽히는 시몬의 재능은 V리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OK저축은행에 온 뒤로 팀의 주포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의 원초적 본능은 철벽 수비에서도 뿜어져 나온다. 지난 시즌 블로킹 2위(세트당 0.74개)를 점한데 이어, 올 시즌 역시 세트당 0.81개로 1위다. 특히 시몬은 득점, 공격, 퀵오픈 등에서도 선두를 다투는 데 이어 블로킹에서마저 활약해 주고 있다. 코트 위의 팔방미인이 따로 없는 셈이다.
오레올은 최태웅(39) 현대캐피탈 감독이 구사하는 스피드 배구의 중추 역할을 한다. 6명이 골고루 활약하는 현대캐피탈식 배구에서 물 흐르듯 공격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오레올의 역할이다. 이는 그가 세터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문성민(29)과의 호흡은 마치 수년을 함께한 듯하다. 공격 점유율을 문성민과 오레올이 균형 있게 나눠가지면서 오레올도 공격 성공률 58.93%의 순도 높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 감독은 지난 5일 한국전력전을 마치고 “오레올이 꾸준히 자기 역할을 해주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며 “레프트에서는 세계적인 선수인 것 같다”고 칭찬했다.
현재 선두 싸움이 치열한 3팀은 서로가 서로에게 천적이 됐다.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두 번 잡았고,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에 2승1패를 거뒀다.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은 1승씩을 나눠가졌다. 어느 외인의 개성이 팀을 살릴 것이냐가 3팀의 삼색대결에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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