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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다음엔 펜, 스타일러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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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다음엔 펜, 스타일러스의 시대

입력
2015.12.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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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밤마다 펜을 붙잡고 스케치를 한답시고 잠을 설쳤다. 신용카드 결제 후 사인할 때 말고는 손글씨 쓸일도 드문 이 시대에 갑자기 왠 펜이란 말인가. 바로 애플의 첫번째 스타일러스 애플 펜슬이다.

최근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출시된 애플 펜슬은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다. 정밀한 필기 실력이나 빠른 입력 속도 등이 아날로그 펜의 그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프로 뿐만 아니라 기존부터 S펜으로 시장을 만들어온 갤럭시 노트 시리즈, 서피스 프로4 등 스타일러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가 늘어났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새로운 '도구'의 등장을 환영하고 있다.

사실 스타일러스 자체가 지금 막 생겨난 제품군인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서드 파티 업체에서 다양한 액세서리를 출시해왔고 몇몇 제품은 제법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운영체제 자체가 스타일러스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개발됐기 때문에, 스타일러스 제조사들은 섬세한 필압 등을 구현하는데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블릿(혹은 PC)제조사에서 직접 들고 나온 제품들은 실로 정밀하고 놀라운 완성도를 갖췄다. 내가 현재 사용중인 애플 펜슬을 예로 들어보자.

화면에 펜을 대고 글씨를 쓰면 거리감이나 딜레이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연필' 툴을 선택해서 가볍게 선을 그어 보면 종이에 선을 그을 때처럼 빠릿하고 현실적인 반응에 놀라게 된다. 손에 힘을 조금 더 주면 압력을 인식해 조금더 진한 농도로 반응한다. 실제 연필을 쓸때처럼 애플 펜슬을 기울여 슥슥 화면에 문질러보니, 연필을 기울여 사용했을 때처럼 연하고 두꺼운 선이 그려진다. 종이에서 접하던 환경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이 작업은 실로 매력적이고, 놀랍다. 그리고 익숙하기 때문에 조금의 적응기간도 필요하지 않다. 어릴 때부터 학습해온 그 방식 그대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고급화된 스타일러스가 이처럼 각광받는 이유는 기기 자체가 발전했고,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 더 고도화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간편한 웹서핑과 영상 감상 목적으로 사용하던 태블릿에서 영상을 직접 편집하고, 업무용 문서를 작성하며, 그림을 그려 인쇄하는 일까지 해내게 됐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간편하고 쉽지만, 이런 세밀한 작업을 처리하기엔 다소 무디다. 그래서 우리는 날렵한 도구를 갈구하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도구를 원할진 알 수 없지만, 화면 상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음은 확실하다.

아이패드를 필두로 한 태블릿의 시대가 오며,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출력물이 사라졌다. 메뉴판을 태블릿이 대신하고, 브랜드 매장의 카탈로그와 교육용 서적이 아이패드로 대체됐다. 스타일러스 붐은 무엇을 대체할까. 우린 아마 이제 정전식 펜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필기하며, 중요한 서류에 사인하는 시대를 맞이하겠지.

● 하경화는 종합 라이프스타일 웹진 기어박스(www.gearbax.com)에서 모바일 분야 최신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 mas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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