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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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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입력
2015.12.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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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이동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이동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밤 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는 시의 전문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당 안팎에선 당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같은 날 혁신 전당대회를 재차 요구하며 탈당을 시사한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정치권은 문 대표가 올린 ‘상한 영혼을 위하여’ 시 중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못 가랴/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는 부분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문 대표가 지난 3, 4일 안 의원의 혁신 전대 주장을 거부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공천 준비 과정을 천명한 상황을 고려할 때, ‘외롭기로 작정’하고 ‘가기로 목숨 건’이라는 시적 표현이 자신의 상황을 빗댄 것으로 읽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뿌리 깊으면야/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라는 시의 도입부도 문 대표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안 의원을 비롯한 비주류계의 끊임없는 반발을 ‘충분히 흔들리자’라는 부분으로, ‘고통에게로 가자’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당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문 대표가 종종 자신의 입장을 시를 인용해 전달하는 화법을 구사해왔다”며 “끝나지 않는 당내 갈들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지난 10월 자신의 트위터에 황교안 국무총리의 개천절 축사를 비판하면서 같은 당 노영민 의원의 ‘하늘 아래 딱 한 송이’에 실린 시를 인용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시간을 더 주셔야죠”, “오늘은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안 의원 발언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야권 내부에선 문 대표가 이번 주초 비주류 측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이번 주 후반에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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