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찰이 투항하려던 은행강도 용의자를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 총기 난사 사건 등 잇단 총기 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인데다, ‘사실상 투항하려던 용의자를 사살한 것’이라는 정황까지 나와, 공권력 남용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 방송은 “5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비치에서 경찰이 강도 용의자를 소총으로 사살하는 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동영상은 사건 현장을 지나던 시민 마셀러스 존슨이 당시 상황을 휴대폰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리면서 확산됐다.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이날 오전 10시 26분 마이애미 비치의 한 은행에 들어가 “폭탄을 갖고 있다. 돈을 원한다”는 쪽지를 은행 직원에게 건넸다. 용의자는 이 과정에서 은행 고객들에게 “총으로 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는 그러나 돈을 빼앗지도 못하고, 폭탄도 남기지 않은 채 은행에서 도망쳤다. 출동한 경찰은 은행에서 한 블록 떨어진 이발소로 들어간 용의자를 발견, 투항하라고 압박했다. 용의자는 처음 이를 거부하다가 상의를 벗고 면도날을 오른손에 든 채 이발소 바깥으로 나와 경찰과 약 5분간 대치하다가 경찰차 쪽으로 이동했다. 이후 왼손을 경찰차 보닛에 올려놓으려던 찰라 총 2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숨진 용의자와 총을 쏜 경관은 모두 히스패닉(스페인 어를 쓰는 중남미 출신)으로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게재한 존슨은 CNN 인터뷰에서 “용의자가 면도날을 휘두르며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며 “경찰은 ‘무기를 내려놓아라’ 등의 말로 용의자를 진정시키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경찰이 전기 충격기를 사용한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마이애미비치 경찰 측은 최근 일선 경찰들에게 보급한 보디 캠(몸에 부착하는 소형 카메라) 영상을 확보하는 등 당시 상황을 조사 중이다. 하지만, 하지만 ▦당시 한 명의 용의자를 경찰 여럿이 포위하고 있었던 점 ▦용의자가 투항의사를 보인 점 등으로 미뤄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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