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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서 의문의 죽음’ 예강이를 기억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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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서 의문의 죽음’ 예강이를 기억하나요

입력
2015.12.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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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술 중 저혈량성 쇼크 의심"

부모 "의료진 과실" 중재 신청

병원 거부… 결국 민사소송 제기

피해자가 입증은 '하늘에 별따기'

의료사고 접수땐 자동 조정절차

"신해철법 조속한 통과를" 목소리

응급실에 실려왔던 전예강양의 모습. 방송화면 캡처.
응급실에 실려왔던 전예강양의 모습.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1월 23일 초등학교 3학년 전예강(당시 9세)양은 서울의 한 유명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 전양은 응급실을 찾기 사흘 전 코피를 쏟았고 이날 어지럼증을 호소해 이 병원을 찾았다가 7시간 만에 사망했다. 평소 건강했던 딸의 갑작스런 죽음에 어머니 최윤주(39)씨는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했다. 최씨는 “1년 차 레지던트 2명이 요추천자 시술(신경계통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척수액을 얻으려 허리뼈 사이에 긴 바늘을 넣는 것)을 5번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그 과정에 저혈량성 쇼크가 왔다”며 “시술할 때마다 아이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지는데도 의료진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이 “의료진의 잘못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최씨는 같은 해 3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에 사실조사와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조정신청을 넣었다. 하지만 병원 측이 조정을 거부해 조정신청이 각하됐고 결국 최씨는 같은 해 6월 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마다 수만 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환자들이 병원의 과실을 밝혀내고 피해를 보상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병원과 의사 측이 정보를 사실상 독점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가 의료사고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신해철 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해 3월 발의된 이 법안(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의료중재원에 사건이 접수되면 자동으로 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고 전예강 양의 이름을 따 처음에는 ‘예강이 법’으로 알려졌다가, 가수 신해철씨가 그 해 10월 의료사고로 사망한 이후 ‘신해철 법’으로 불리고 있다. 고 신해철씨 부인이 지난 달 말 이 법의 국회심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고, 최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C형 간염에 감염된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법 통과여부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는 한국소비자원의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도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조정신청을 하면 바로 조정절차에 들어가지만, 조정이 되더라도 병원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의료사고 피해자(가족)가 병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자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의료소송은 피해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는데, 병원 측이 제공한 기록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밝혀 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2~3년 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다른 사고와 달리 의료사고만 유독 피해 사실을 피해자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소송은 오랜 기간이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승소여부도 장담할 수 없어 환자들의 고통이 가중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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