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확진자들은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보건소에서는 사비로 치료를 받으라고 하고, 병원은 치료비에 대해 아무런 얘기도 없습니다.”
지난 달 발생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C형 간염 집단 발병 사태의 한 피해자가 인터넷에 자신의 처지를 호소한 글이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치료비를 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민사소송(손해배상) 등을 통해 간염 치료비와 위자료는 받을 수 있지만, 향후 C형 간염의 합병증인 간경변이나 간암 등에 걸리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C형 간염에 걸리면 70~80%는 감염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간염이 된다. 10~30년 후 간경변이나 간암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가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에만 청구 가능해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의료소송 전문인 신현호 변호사는 “소송에 가더라도 법원은 C형 간염 환자들이 향후 합병증에 걸릴 수도 있다는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며 “다나의원 사고는 피해자만 있고 보상은 못 받는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약물 부작용으로 간염에 걸린 환자에 대해 주치의가 ‘5~20년 사이에 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소견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간염에 대한 위자료만 지급하도록 한 판례도 있다. 이 뿐 아니다. 민사소송은 비용도 많이 들고 확정 판결까지 최소 2,3년이 걸린다.
특히 다나병원 피해자 82명(6일 현재) 중 39명은 치료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치료기간도 긴 C형 간염 1a형인데, 내년 1월 출시되는 신약으로 치료할 경우 3개월 간 약값만 4,500만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돼 경제적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감염병은 정부가 치료비 지원을 하기도 하지만 C형 감염은 대상도 아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홍역, 결핵처럼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감염병이면서 정부가 강제로 치료를 받게 할 경우에는 치료비를 지원해 주지만, C형 간염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치료비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위자료 역시 소액일 가능성이 크다. 위자료는 병으로 인해 일을 얼마나 못했는지(노동력 상실)에 비례해 지급하는데, 일상생활을 하면서 통원 치료를 받는 C형 간염은 위자료도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신 변호사는 “의료중재원이나 소비자원을 통해 중재를 요청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두 방법 모두 여의치 않으면 소송 비용을 줄일 수 있게 집단 소송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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