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을 맞아 찜질방과 마사지업소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설에서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방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 사용이 갑자기 늘어나는 계절 속성상 보다 엄격한 소방 가이드라인 준수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오전 6시15분쯤 서울 용산역 앞 7층짜리 초대형 찜찔방의 2층 여성 좌욕실에서 불이 나 연기를 마신 18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손님 3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6일 0시34분쯤에도 서울 방이동의 한 찜질방에서 돌을 데우는 방열판이 과열되면서 불이 붙어 손님 100여명이 대피했다. 또 같은 날 오전 1시40분쯤에는 인천 용종동의 한 마사지업소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손님 2명과 신원 미상의 태국여성 등 3명이 숨졌다. 3건 모두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 합선 등 전기 설비 이상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겨울철 실내 화재는 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온도를 올리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용산과 송파구 찜질방 화재에서 보듯, 다중이용 시설은 화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시설 이용자가 많은 만큼 전열기구 사용시간이 늘어나 배선에 과전류가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비 노후화로 배선이 전류에 의해 녹게 될 경우 접촉 불량을 일으켜 화재를 유발할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소방ㆍ전기 안전 점검은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찜질방 등은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의한 특별법이 적용돼 소방 설비를 제대로 갖춘 뒤 관할 소방서의 완비증명서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영업 초기에만 엄격히 지켜질 뿐 사후 관리가 소홀하고 화재 대피 매뉴얼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번 용산 화재에서도 대피방송과 화재경보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다중이용업소 점검은 소방 안전설비에 한정돼 업주 스스로 누전차단기나 전기설비 안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주기적인 관리가 부족해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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