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밧줄 등 사전 구입해 배포
비정규직 노동자에 참여 협박도
경찰이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발생한 폭력시위를 민주노총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청은 6일 11ㆍ14 민중총궐기 대회 불법ㆍ폭력시위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민주노총 집행부가 폭력시위를 사전 준비하고 시위 당일 역할과 자금 조달을 분담했던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먼저 집회 당일 폭력시위 용품을 현장에 반입한 차량 7대의 운전자 등을 조사한 결과, 민주노총 소속 일부 노조원들이 밧줄과 철제사다리 등을 집회 이틀 전 구입해 산하 8개 단체에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 폭력 행위를 주도한 복면 시위 역시 민주노총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자체 자금으로 복면 1만2,000여개(900만원 상당)를 구입ㆍ배포했다는 진술과 문서를 확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는 미리 노조원들에게 복면을 착용하고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 같은 지시는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하달돼 ‘집행부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일자리를 빼앗겠다’는 협박을 한 정황까지 파악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지도부가 집회 당일 일련의 폭력 행사나 사후 처리 등 조직적인 대응 플랜도 세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집행부가 플랜트노조와 금속노조에 정동과 광화문, 안국로터리 등을 통해 청와대로 진출하라는 세부 지침을 내리는 등 경찰과 충돌을 촉발한 ‘청와대 진격’ 구호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해 민주노총 본부에 있는 1톤가량의 문서 폐기를 의뢰하고 사무실 컴퓨터 75대 중 58대의 하드디스크를 제거하는 등 경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형량이 중한 형법상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민주노총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형법상 소요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어 기존 업무방해죄(5년 이하 징역, 1,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처벌 수위가 높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법리 검토 결과 폭력행위 주도자들에 대한 소요죄 적용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을 상대로 한 경찰의 고강도 수사는 준법 시위 정착과 별개로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위원장의 자진 출두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16일 예정된 총파업에서의 불법ㆍ폭력 요소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경찰은 이날까지 불법ㆍ폭력시위 혐의 수사 대상자 1,531명 중 58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버스 주유구에 방화를 시도했던 시위자도 민주노총 노조원으로 신원이 특정돼 소재를 추적 중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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