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가 6일 탈당까지 염두에 둔 배수진을 치고 문재인 대표에게 자신의 혁신전당대회 제안 거부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씀해 달라”며 “이제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가 끝내 혁신전당대회를 수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최후통첩이다. 비록 입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 3일에는 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안 전 대표의 혁신전당대회 제안을 일축하고 현 지도체제 유지와 자신 책임하의 총선준비를 선언했다. 사흘 간격으로 전ㆍ현 당 대표가 정면 충돌 불사 의지를 보인 것이다. 입장과 견해가 다르면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것이 경륜과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의 자세다. 그런 정치력은 발휘 못하고 서로가 일방적 기자회견을 통해 장군 멍군 식으로 치고 받는 수준 낮은 정치놀음을 하고 있으니‘양초(兩初ㆍ 두 초선의원)의 난’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민과 당원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파격이나 획기적인 이벤트가 없는 한,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를 막기 어렵다”고 했다. 전적으로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전당대회를 치른다고 해서 지금 벌어지는 분열과 갈등 양상을 일거에 해소하고 수권비전을 갖춘 야당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문 대표가 혁신전당대회를 거부한 이유로 내세운‘사생결단, 분열의 장’이 될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다. “조직도 세력도 없는 저는 꼴찌를 해도 좋다고 각오하고 드린 제안”이라는 안 전 대표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정도로 제1야당이 봉착한 분열과 국민 외면이라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야 한다”면서 자신 중심의 현 체제로 밀고 나가겠다는 문 대표의 정면돌파도 답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정면 대응해 기강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그에 앞서 얼마나 진심으로 비주류와 당내 소외 세력에 손을 내밀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제1야당의 두 축인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끝내 등을 돌리면 내년 총선 결과는 보나마나 참패다. 문 대표는 “심각한 민주주의 퇴행과 민생파탄을 막기 위해 총선승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당내 분열만 계속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책임을 지려면 안 전 대표와 함께 죄를 짓지 않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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