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스마트폰 특허 소송을 벌이는 삼성전자가 5억4,000만달러(약 6,269억원)의 배상비를 애플에 지급하기로 했다.
6일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와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오므리거나 벌려서 화면 속 대상을 줄이고 늘이는 애플의 ‘핀치 투 줌’특허 를 침해했다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 같이 손해배상하기로 애플과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배상액 지급에 대해 유감스럽고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필요한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손해배상하게 된 배경은 2011년 애플이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낸 1차 소송에 패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아이폰’의 외관 디자인, 아이콘 디자인, 핀치 투 줌 기능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애플 주장을 받아들여 9억3,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을 기각하며 배상액을 5억4,000만달러로 줄였다. 이에 애플은 판결 부분에 대해 배상금을 우선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대법원 상고 때문이다. 배상금 지급을 놓고 계속 싸우는 것보다 대법원에서 이겨 배상금을 되돌려 받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항소심 판결 뒤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미국 특허청이 무효로 판정했다”며 “이 부분을 포함해 다른 부분에도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2011년 애플의 1차 소송 이후 데이터와 음악파일, 이미지 등을 주고받은 통신 기술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양 사는 비슷한 내용의 특허 침해 소송을 일본,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 9개국에 제기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이후 양 사는 1차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8월 미국 이외 지역에서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남은 것은 1차 소송 상고와 애플이 2012년 2월 추가 제기한 2차 소송이다.
2차 소송 내용은 애플에서 단어 자동 완성이나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을 문제 삼았고 삼성전자 또한 영상 이미지 저장과 전송 기술을 애플이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1심은 삼성전자에게 1억9,000만달러 배상, 애플에게 15만8,000달러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2심은 진행 중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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