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내에 마구잡이식 투자를 벌이면서 한국이 중국의 공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인건비가 싼 중국에 공장을 지어 생산기지로 활용하며 비용을 줄였으나 이제 거꾸로 중국 자본이 한국기업들을 하청업체 형태의 개발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6일 중소기업청이 내놓은 ‘중국 자본의 한국 투자현황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5년간 국내기업 32곳에 총 2조9,606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목적은 주로 경영 참여를 통한 기술과 브랜드 활용이 대부분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0년에 단순 지분투자 비율이 79%, 경영 참여 비율이 16%였는데 지금은 지분투자 52.9%, 경영 참여 47.1%로 판도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본들은 주로 중국 및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술력이 인정받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한다. 이를 통해 단기간에 앞선 국내 기술력과 브랜드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게임업계에서는 상당수 개발사가 중국 자본에 경영권을 잃고 하청공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제는 중국 투자업체에서 기획안을 제시하면 여기 맞춰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와 디자인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들이 많다”며 “실력있는 개발자들은 중국업체들이 많이 데려가서 국내 게임업계 기반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자본의 국내 기술력 흡수는 여러 번 논란이 됐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기술만 빼가고 회사를 법정관리에 맡겨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 최대 액정화면(LCD) 패널 업체 비오이(BOE)가 현대전자의 LCD 사업부 하이디스를 인수했다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으면 중국 시장 진출이 쉬워 국내 기업들을 고민하게 만든다. 지난해 중국 의류업체 랑시그룹이 한국 자회사 라임패션코리아를 통해 320억원에 인수한 대표적 토종 유아복 기업 아가방앤컴퍼니는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드라마 ‘올인’을 제작한 초록뱀미디어도 중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주나인터내셔널이 지분 31.43%를 120억원에 사들인 후 중국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계획 중이며 주가도 140% 뛰었다.
여기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외국 자본의 유입이 필요한 업종을 선정해 전략적이고 선별적으로 유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중국의 투자로 시너지를 얻으려면 인수합병(M&A) 보다 부분 투자를 통해 상호이익을 얻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국과 기술제휴를 하고 중국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중기청도 국내 실력있는 기업에 집중되는 중국 자본의 유입 대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중국 자본의 유입 추세를 지켜보며 적절한 대응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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