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한국프로야구처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역대급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로 꼽힌 오른손 투수 잭 그레인키(32)는 지난 5일(한국시간) 6년 2억650만 달러(약 2,400억원)의 조건으로 LA 다저스를 떠나 애리조나와 대형 계약을 했다. 1년 평균 연봉은 무려 3,442만달러(400억원)로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몸값이다.
앞서 2일 왼손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30•전 토론토)는 평균 연봉 3,100만달러(7년 2억1,700만달러)에 보스턴과 도장을 찍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사상 전체 7번째, 투수로는 최고 금액이었지만 그레인키가 사흘 만에 현지 예상을 웃도는 금액으로 경신했다. 투수는 물론 야수를 포함한 전체 메이저리그 선수 중 가장 비싼 사나이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선 보통 야수가 투수보다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는 벌써 프라이스가 평균 연봉 1위였던 디트로이트의 강타자 미겔 카브레라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곧 이어 그레인키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송재우 한국스포츠경제 해설위원은 6일 본지와 통화에서 "늘 야수가 투수보다 연봉 상위권을 지켰지만 최근 흐름은 투수들이 역전했다"며 "투수들을 더 중요하게 느끼는 시대다. 특급 투수들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는다. 몸값 기록을 깰 만한 야수 앨버트 푸홀스나 마이크 트라웃(이상 LA 에인절스)은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다"고 메이저리그 시장 현상을 설명했다.
현지 언론은 그레인키의 계약 체결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가 경쟁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애리조나가 큰 베팅에 나섰다. 애리조나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여유 자금이 4,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6년 2억650만 달러는 구단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액수다. 또 '오버페이'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FA 거품 논란'이 뜨거운 KBO리그와 달리 미국 현지에서는 그레인키의 계약 내용을 두고 애리조나에 대해 비판하는 시선이 없다. 오히려 붙잡지 못한 다저스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LA타임즈는 "30대 투수에게 2억 달러 이상을 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다저스타디움에서 20온스(591㎖) 콜라를 6달러에 사는 것도 옳지 않지만 팬들은 그렇게 한다"고 꼬집었다.
송재우 위원은 "계약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지에서는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면서 "우승 전력을 만들려고 자율경쟁체제에서 투자하는 것이다. 다저스는 올해 역대 최고액에 달하는 4,800만 달러의 사치세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액이 오른 건 계약 기간을 길게 하려는 선수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다. 다저스도 그레인키를 잡기 위해 5년 계약을 제의했지만 1년 차이로 실패했다. 다만 계약 후반기에 많은 나이가 걸리는데 애리조나는 2~3년 안에 에이스를 확보해 놓고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투자를 했다. 선수층이 얇고 구단 수입과 시장 규모 등이 다른 한국프로야구와 거품 논란에 대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진=LA 다저스 시절의 잭 그레인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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