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수만명 서울대병원까지 행진… 1차 때와 달리 폭력사태 없어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우려와 달리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때문에 집회 때마다 반복됐던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전히 끊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진보성향 단체 연합체인 ‘백남기 범국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3시쯤 1만 4,000여명(경찰추산ㆍ주최측추산 5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2차 민중총궐기 및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현 정부의 노동 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비판을 쏟아 냈다. 또 지난달 14일 벌어진 1차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진압과정에서 중상을 당한 백남기씨에 대한 쾌유를 기원했다.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늘 잠시 탄압을 받을지언정 폭력적 독재정권이 결코 우리의 투쟁을 멈추게 할 수 없다”며 “당당하고 의연하게 행진하자”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19일 3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부 여당의 복면시위 금지 추진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마스크와 탈, 가면을 쓴 채 참석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본 집회를 마치고 오후 4시 30분쯤부터 무교로와 광교-> 보신각-> 종로 2~ 5가-> 서울대병원 후문까지 행진한 뒤 오후 8시 25분쯤 자진 해산했다. 당초 불법ㆍ폭력시위에 대해 현장 검거 등 적극 대응 방침을 밝힌 경찰은 225개 중대 2만여명의 경력과 차벽, 살수차를 준비했지만 대부분 집회장에서 떨어진 곳에 배치해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 역시 종교계와 정치계 시민단체 등이 나서 평화집회를 촉구한 터라 과격 양상을 띠지는 않았다.
이에 앞서 오후 1시쯤부터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2차 민중총궐기대회 참가단체들의 사전집회가 개최됐다. 조계종과 성공회, 원불교 등 5대 종단 사제와 신도들 500여명은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범종교인 ‘평화의 꽃밭’ 기도회를 열고 평화 집회를 염원했다.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회장인 장기용(54) 신부는 “이번 집회에서 폭력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종교인들이 참여하게 됐다”며 “우리들의 참여로 약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되고 정부에서도 그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등 300여명은 이날 오후 1시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모여 경찰의 과잉진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반대하는 복면대행진을 벌였다. 김한성 한대련 의장은 “복면 시위 금지 방침에 대한 풍자 의미에서 오늘 행진을 준비했다”며 “동시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최근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힘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집회 취지를 설명했다.
알바노조 회원 70여명도 비슷한 시각 서울광장 인근에서 사전대회를 갖고 정부의 취업 대책 등을 비판했다. 그들은 또 이날 오전 경찰에 체포된 사무국장 이모(31ㆍ여)씨와 관련, “법의 가면을 쓴 명백한 노조탄압이다”라고 하면서 석방을 요구했다. 경찰은 출석요구에 수차례 불응한 이씨를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 자택 앞에서 체포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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