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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나쳤던 이병헌의 영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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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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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가운데)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쇼박스 제공
이병헌(가운데)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쇼박스 제공

영화 ‘내부자들’이 지난달 19일 개봉한 뒤 일일 흥행순위 1위를 놓지 않고 있다. 비수기에 개봉한 영화답지 않게 4일까지 431만6,294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았다. 한국 사회 권력층이 맺을 만한 음습한 관계 묘사와 통쾌한 결말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배우들의 수려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인으로 특히 이병헌의 연기가 흥행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이병헌은 상층부 내부자들의 거래에 끼어들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정치 깡패 안상구를 연기하며 복수의 쾌감을 전한다. 오만과 울분, 좌절, 희열 등 다채로운 감정을 스크린에 펼쳐내며 흡입력을 발휘한다. ‘50억원 협박녀’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던 이병헌이 배우로서 새삼 인정 받았다는 평가가 따른다. ‘내부자들’의 흥행을 맞아 이병헌의 연기가 빛을 발한, 비교적 덜 알려진 그의 출연작 5편을 소개한다.

▦중독(2002)

두 형제와 한 여인의 묘한 삼각 관계를 그려낸 미스터리 드라마다. 호진(이얼)과 대진(이병헌)은 어려서 부모를 잃어 남들보다 더 돈독한 우애로 맺어진 형제다. 호진이 은수(이미연)와 결혼한 뒤 행복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카레이서인 대진은 시합 중에, 호진은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동시에 사고를 당한다. 두 사람은 혼수상태에 빠지고 얼마 뒤 대진만이 깨어난다. 건강을 회복한 대진은 은수에게 자신이 호진이라며 호진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반신반의하던 은수는 자신과 호진, 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대진이 말하자 대진을 남편 호진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한 여인을 동시에 사랑한 형제라는, 흔한 소재를 미스터리한 이야기 전개로 풀어낸 영화다. 이병헌은 애절한 눈빛 연기로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대진의 심리를 표현하며 영화를 빛낸다.

▦쓰리 몬스터(2004)

한국 일본 홍콩 감독이 각기 만든 단편 3개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다.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의 ‘컷’에서 영화감독을 연기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와 명예를 이룬 한 영화감독은 집에 들어왔다가 영화 같은 잔인한 장면과 마주한다. 자신의 영화에서 엑스트라로 활동했던 한 무명배우가 자택에 침입해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강혜정)를 피아노와 묶고선 영화감독을 기다리고 있다. 무명배우는 영화감독에게 피아니스트인 아내의 손가락과 아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한 걸을 강요한다.

박 감독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가 빛을 발하는 짧은 영화다. 이병헌은 호기로우면서도 우유부단한 영화감독을 연기하며 장편영화에서 볼 수 없는 면모를 선보인다. 짧은 시간 동안 아내와 아이 사이에서 갈등하며 둘 다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병헌의 얼굴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해 여름(2006)

역시나 이병헌의 눈빛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랑이야기. 어느 방송국 PD는 유명 대학교수 석영(이병헌)의 첫사랑을 찾아나서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게 되고 지방 한적한 농촌에서 옛사랑의 흔적을 찾아낸다. 석영이 대학 시절 농촌활동에 나섰다가 사귀었던 정인(수애)에 대한 소문을 듣게 돼나 불행한 사랑의 결말이 방송제작진을 기다린다.

1970년대 강권통치가 만들어낸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순정한 사랑이 어떻게 깨지게 됐는지를 영화는 보여준다. 낮은 톤의 이병헌 목소리와 순수함이 가득한 수애의 얼굴이 아름다운 앙상블을 빚어낸다. 이병헌표 멜로가 여전히 효력 있음을 보여준 영화다. 감독 조근식.

▦나는 비와 함께 간다(2009)

이병헌이 해외 진출 발판을 마련하게 된 프랑스 영화다. 베트남계 유명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이 메가폰을 잡고 ‘진주만’의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 SMAP의 인기 멤버 기무라 다쿠야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한 부호가 실종된 아들 시타오(기무라 다쿠야)를 찾아달라며 미국의 전직 형사 클라인(조쉬 하트넷)을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타오를 찾아 홍콩까지 오게 된 클라인은 시타오가 홍콩 암흑가의 두목 수동포(이병헌)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함께 도주했음을 알고 그의 흔적을 좇는다. 말보다 눈빛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이병헌의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다. 이병헌은 짧게 등장하는 데다 상업적인 영화문법을 따르지 않아 이병헌 팬들에게는 낯설고도 낯선 영화가 됐다.

▦악마를 보았다(2010)

순수하면서도 악마적인, 이병헌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여준 영화다. 당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 중 하나인 최민식에 맞서는 연기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이병헌)은 어느 날 약혼녀가 연쇄살인마 경철(최민식)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된다. 수현은 복수를 실현하기 위해 경찰과 별도로 경철의 행방을 좇고 그를 잡는다. 수현은 경철을 바로 죽이기보다 조금씩 고통을 주며 죽음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경철을 잡았다 풀어주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수현은 자신의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조금씩 악마적인 본성을 드러낸다.

인간의 본성인 폭력성을 들여다본 영화다. 잔혹한 장면 때문에 제한상영가 판정을 여려 차례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개봉했다. 이병헌은 순수했던 수현이 복수심에 물들어 조금씩 악에 기우는 모습을 드라마틱한 얼굴 동선으로 표현해낸다. 액션영화 ‘달콤한 인생’(2005)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볼 수 있었던 이병헌의 역동적인 면모를 이 영화에서 만날 수 있다. 감독 김지운.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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