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법주사가 ‘금’문제로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내 금동미륵대불에 새 금옷을 입히는 개금불사(改金佛事)를 비방하는 보도와 글이 연속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괴문서를 담은 우편물까지 배달되자 급기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문제의 우편물이 속리산 소속 말사ㆍ암자와 전국 주요 사찰에 배달된 것은 10월 말.
발신인은 없고 서울 광화문우체국 소인만 찍힌 우편물의 주 내용은 두 가지다. 개금불사 과정에서 벗겨낸 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과 이번에 개금불사한 금이 순금이 아니라 인조금이라는 것이다.
법주사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금동미륵대불의 표면을 덮은 녹과 오염물질을 벗겨내고 새로 금박을 씌우는 개금불사를 했다. 이를 기념해 지난 10월 17일 신도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회향법회도 가졌다.
이 개금불사에 대해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의혹 제기는 앞서도 있었다.
한 인터넷 언론이 회향법회가 열리기 하루 전 ‘법주사 미륵대불 가짜 황금옷’이란 제목 아래 개금불사의 금이 가짜금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어 다른 인터넷 언론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법주사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법주사 관계자는 “이번 개금불사는 금박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원래부터 독일산 인조금(골드 펄)을 쓰기로 했다. 언론을 통해 세상에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그걸 가짜금이라고 주장하고, 그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벗겨낸 금은 2002년 도금 당시 화학적 압착과정과 그 동안의 풍화작용으로 퇴색하고 손실돼 회색 빛으로 변하고 금으로서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성분조사 결과 드러났다”고도 했다.
법주사측은 의혹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개금불사 과정에서 수거해 사찰 수장고에 보관중인 금박을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교계에서는 이번 의혹 제기를 차기 주지 선거와 연관 짓는 분석이 나온다.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소행이라는 것이다.
법주사는 내년 2~3월쯤 선거를 통해 32대 주지를 선출할 참이다. 사찰 안팎에서는 현 주지 현조 스님을 비롯해 전 주지 노현 스님, 정도 충주창용사 주지, 덕문 스님 등이 차기 주지 출마 예상자로 거론된다.
신도회의 고소로 법주사 비방 우편물 수사에 나선 보은경찰서는 “발송인이 없어 우편물 추적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법주사 금동미륵대불은 애초 신라 혜공왕 때 진표율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당백전 주조를 위해 헐었던 것을 1939년 조각가 김복진이 시멘트 불상으로 복원했다. 법주사는 1990년 시멘트 불상을 해체하고 청동미륵대불을 세웠다가 2002년 불상 전체를 금으로 포장했다. 이후 청동색 녹이 배어나오면서 광채를 잃자 이번에 다시 금박을 추진한 것이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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