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급감했던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실적이 한달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그 바람에 폭스바겐은 지난달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자했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지난달 판매동향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4,517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19.65%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배출가스 조작사태로 줄어든 10월 판매량 947대와 비교하면 377% 급증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의 판매실적도 3,796대로 3위를 기록했다.
11월 최다 판매 모델도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싹쓸이 했다.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1,228대)이 1위를 차지했고 폭스바겐 제타 2.0 TDI(1,000대)와 아우디 A6 35 TDI(702대)가 뒤를 이었다.
평소 3위였던 폭스바겐이 1, 2위를 다투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까지 제친 비결은 파격적인 할인이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10월 판매량이 월 평균 3,000여대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자 투아렉 20%, 페이톤 19%, 골프 16% 등 모든 차종에 최대 1,700만원에 이르는 대대적 할인을 실시했다. 무이자 할부도 최장 60개월까지 실시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해도 너무 한다는 경쟁업체들의 비난이 있었지만 폭스바겐 코리아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폭스바겐 코리아는 팔리지 않고 남아 있던 배출가스 조작 차량을 지난달 26일 환경부에서 판매금지 처분을 내리기 직전에 모두 사들여 비난이 일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 명의로 등록한 뒤 다시 고쳐서 중고차로 팔기 위해서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되사들인 차량은 티구안, 제타, CC 등 15개 차종 460여대다. 이미 수입자동차협회 등록까지 마쳐서 수리가 이뤄지면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 코리아는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6가 도입되면서 지난달 말 유로5 모델 판매 종료시점이 지나면 차량들이 쓸모가 없어져 되사들였다고 해명했다. 폭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이 차들에 대한 수리를 마친 뒤 판매나 기부 등 처리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배출가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극 대응으로 일관하던 폭스바겐 코리아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자동차 관련 동호회 게시판 등에는 ‘비도덕 기업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영업을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아이디 sijo****), ‘이런 꼼수 때문에 징벌적 배상제도를 만들어야 한다’(ahab****)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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