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략실 축소, 이건희 회장 비서팀 해체
삼성그룹에 인사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승진 인사는 대폭 줄어든 반면 퇴임 임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조직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 1일 사장단 인사에 이어 4일 부사장 이하 임원 294명을 승진시키는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는 내년에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승진폭을 최소화했다. 삼성 임원인사는 2012년 50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어들기는 했으나 이번 294명 승진은 2009년 247명 이후 7년 만의 최소규모다.
승진 발탁된 인사들은 지난 사장 승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개발자 출신들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스마트폰 개발을 담당했던 임원들이 기존 승진 연한보다 앞당겨 발탁됐다. 개발부문 최초의 여성 부사장에 오른 김유미 삼성SDI 전무도 배터리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더불어 나가는 임원 수는 수백 명에 이를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그룹 전체 임원 1,900여명 가운데 20~30% 가량이 짐을 쌀 것으로 알려져 최대 500명에 이르는 임원이 퇴직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룹 내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1,200명 가운데 20% 이상인 250여명이 퇴직할 것이란 예상이다.
대대적인 임원 축소는 결국 조직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은 10일쯤 계열사별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데 임원 자리가 줄어든 만큼 조직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곧 삼성에 몰아친 인사 한파가 부장급 이하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이 9개팀에서 7개팀으로 축소된다. 삼성전자를 담당하는 전략1팀에 전자 이외 계열사를 담당하는 전략2팀이 합쳐진다. 방산, 화학계열사를 매각했고,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전략2팀의 역할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합쳐진 전략팀은 기존 1팀장인 김종중 사장이 맡으면서 미래전략실 지휘선은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김종중 사장 라인을 갖추게 된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는 비서팀도 해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원래 수행비서를 두지 않고 혼자 움직이는 만큼 따로 비서팀이 필요없다는 판단이다. 삼성 관계자는 “전략2팀과 비서팀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역할이 축소되면서 이미 인원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도 사업 조정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의 승진자는 135명으로 지난해 165명보다 30명 줄었다. 반도체 이외 분야에서 영업이익을 많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휴대폰과 PC, 카메라 등을 관장하는 IT모바일(IM) 부문에 2개 사업부, 생활가전(CE) 부문에 4개, 반도체를 담당하는 부품(DS) 부문에 4개, 3개 사업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성장 한계론이 나오는 휴대폰과 생활가전 부문의 조직 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 사업은 니콘에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생활가전은 기존 사업부장이었던 윤부근 사장이 자리를 내놓으면서 현재 공석인 상황인데 이번 임원 인사에서도 여전히 비워 놓았다. 그만큼 전자업계에서는 생활가전이 사업부장 없이 팀 단위로 쪼그라 드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주는 승진 인사만 실시했다“며 “다음주 보직 인사와 조직개편 방향이 나와야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