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정치적 게시물 등
디지털 삭제 전문업체 의뢰해도
SNS 전파 빨라 완전 삭제 힘들어

과거 남자친구와 찍은 동영상 때문에 40대 주부 A씨는 악몽을 계속 꾸고 있다. ‘OO아가씨 동영상’이란 이름으로 젊은 시절 사생활이 여러 성인사이트를 한참 돌 때까지 A씨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최근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혹시 OO지역에 살지 않았냐며 물어와 급기야 사태파악을 하고 수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디지털 기록을 삭제해주는 전문업체에 의뢰, 동영상이 거의 삭제됐다고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더욱이 키워드는 인터넷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남편이 보게 될까 두렵기도 해 우울증까지 앓게 된 A씨는 바깥 출입도 일체 꺼리고 있다.
‘OO여대 XX학과’라는 닉네임과 함께 사생활 동영상이 유출된 20대 미혼의 B씨는 전 남자친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미 동영상은 해외 사이트에까지 너무 많이 퍼져 손쓰기 힘든 지경이 됐다.
자신만 보기 위해 알몸 사진을 찍어 SNS(Social Network Service,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비공개로 올린 고교생 C씨는 해킹을 당해 성인사이트에 사진이 퍼진 이후 심적 고통에 자살 시도까지 했다.
부끄러운 인터넷 흔적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때의 치기와 열정으로 일을 저지른 뒤 수습이 되지 않는 상황에 벌벌 떨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치부만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정치 게시물이나 악성 댓글도 마찬가지다. 평소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글과 댓글을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20대 취업준비생 D씨. 그는 취업을 앞두고 혹시 그 파장이 우려돼 최근 인터넷 삭제 전문업체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2011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기록 삭제 활동을 시작한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김호진 대표는 “자의든 타의든 가볍게 생각하고 글이나 사진, 영상 등 게시물을 올렸다 평생 족쇄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 달에 500건 정도 상담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SNS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이른바 ‘잊힐 권리’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잊히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정작 경각심은 크지 않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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