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SNS를 들여다보니 온통 눈 얘기였다. 펑펑. 소복소복. 눈 오는 소릴, 그 들리지 않는 천상의 음계를 어떻게 한글로 번역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어딘가엔 천둥도 친 모양. 희한한 일이로세. 괜히 별스럽게 좋은 징조라 여기고 싶었다. 마음이 포근해지기도, 눈 오는 소리만큼이나 고요하게 가라앉기도 했다. 여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알림 음을 꺼봤다. 그녀의 출근길. 소리 없는 답이 돌아왔다. 눈의 사운드를 카피 떠서 보낸 거라 여겼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고 들릴 수 있는, 들어주길 바라는 그 마음이 예뻤다. 눈 구경도 할 겸 담배도 살 겸 집을 나섰다. 눈송이가 컸다. 그 하얗고 큰 게 사람에 닿아도 아프거나 따갑지 않은 게 자못 신기했다. 약간 차가울 뿐, 외려 불면으로 혼란스러워진 뇌뢰에 부드러운 자각으로 다가왔다. 터덜터덜 슬리퍼를 끌며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흐렸고, 바닥은 질퍽질퍽했다. 새하얗고 소리 없던 게 지상에서 죽으며 탁하고 불편한 잉여물로 변하는 자연의 질서가 짐짓 엄중해 보였다. 그렇게 반기다가 결국 몸에 닿은 이후, 싸늘한 방관으로 변질되는 연분의 고리 또한 악랄하다 여겼다. 담배를 사 들고 나와 한 대 피워 물었다. 불을 물고 있는 셈인데, 세상은 온통 응결된 액체의 결정투성이. 마음의 뜨거운 것들이 하늘에서 몸 다잡고 말 없는 흰빛으로 화답하는 듯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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