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언론노조도 감시단 운영
경찰이 금지 통고했던 ‘2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법원 결정으로 허용되면서 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와 도심 행진이 진행된다.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대회는 일부 과격 시위대의 폭력행위와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후진적 집회ㆍ시위 문화를 둘러싼 책임 공방, 집회ㆍ시위 자유의 제한 논란이 거셌다. 따라서 이번 집회는 우리 사회도 선진국에 걸맞게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면서도 평화롭게 행사를 진행하는 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지 가늠케 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민중총궐기투쟁본부와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49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 집회 기조를 밝혔다. 시민사회연대회의의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시민들은 폭력을 배제해 (경찰과) 충돌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제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 집중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집회는 서울광장에서 오후 3시 시작된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백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이 있는 대학로까지 2개 차로를 이용해 행진하고, 서울대병원 후문에서 마무리 집회를 연다. 신고 규모는 7,000명으로 돼 있지만 최소 1만5,000명(경찰 추산), 최대 5만명(주최 측 추산)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문화제’는 취소됐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은 이날 집회가 평화 집회가 될 수 있도록 ‘평화의 꽃길’을 준비키로 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종교인 300~500명이 꽃 한 송이를 들고 사람 벽을 친 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막는 평화의 꽃길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을 받아들여 민간 폴리스라인을 세우겠다며 다른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의 협조를 촉구해왔다. 이처럼 종교인들이 시위 현장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언론노조도 집회 현장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는지 감시하기 위해 각각‘인권지킴이단’과 ‘취재방해감시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아시아 인권단체 포럼아시아도 인권변호사 등 3명으로 구성된 국제인권감시단을 파견해 집회 현장을 모니터링 한다.
경찰은 준법 집회ㆍ시위는 최대한 보장하지만 불법ㆍ폭력시위 상황이 발생하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225개 부대 2만명의 경력을 동원해 준법집회 유도에 나설 계획이다. 만일의 폭력시위에 대비해 살수차 18대도 배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행진 행렬이 경로를 벗어나면 차벽을 설치해 차단하고, 복면을 착용한 채 차벽을 훼손하거나 경찰을 폭행하는 등의 행위를 저지르는 시민에게 물감을 뿌려 현장에서 검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보ㆍ보수단체간 충돌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3시간 동안 대한경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 3,000여명이 동화면세점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기 때문이다. 또 백남기범대위 측이 정부의 ‘복면금지법’ 추진에 항의하는 의미로 가면을 쓰고 행진할 것을 제안해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집회를 계기로 집회 참가자들은 폭력 행위를 자제하고 정부는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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