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저항성'은 무엇인가요?
'인슐린저항성', 좀 어려운 단어이지만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당뇨병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부족하게 나오는 병입니다. 당뇨병이 진단 될 쯤이면 이미 인슐린을 만들어 내는 췌장의 베타세포라는 것이 반 이상 줄어 있는 상태가 됩니다. 반도 안 되는 이 베타세포를 가지고 몸에 필요한 인슐린을 계속 만들어내다 보면 지치게 되고 해가 갈수록 이 베타세포는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인슐린 생산량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 혈당을 조절하기가 점점 힘들게 됩니다.
그런데 당뇨병환자가 처음부터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당뇨병은 복부비만이 있는 분들에게서 잘 생기는데 이렇게 배가 나온 분들은 인슐린이 많이 필요합니다. 인슐린은 당과 지방을 처리하는 호르몬입니다. 당과 지방이 많이 들어올수록 인슐린이 많이 필요합니다. 밥을 한 공기 먹는 사람보다 밥을 두 공기 먹는 사람은 인슐린이 두 배 필요합니다. 신기한 것이 우리 몸의 세포라는 것이 이런 변화에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밥을 두 공기씩 드시는 분들의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뚱뚱한 사람에게서 인슐린이 정상 보다 더 많이 필요한 상태를 인슐린저항성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뚱뚱한 복부비만이 있는 분에서 정상인 보다 인슐린이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혈당이 정상으로 떨어지는 상태를 인슐린저항성이 높다고 표현합니다. '인슐린이 헤픈' 상태라고 할까요? 다행히 췌장이 이런 상태에 평생 적응을 잘 해서 베타세포가 계속 늘어나 준다면 당뇨병은 발생하지 안습니다. 뚱뚱하면서 평생 당뇨병에 안 걸리는 분들은 췌장에서 이런 변화에 잘 적응해서 평생 인슐린을 펑펑 쓰며 살게 되겠지요. 마치 부인이 돈을 펑펑 써도 재벌 같은 남편이 그 돈을 다 벌어다 준다면 망하지 않는 집안과 같다고 비유를 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췌장이 그렇게 평생 인슐린을 펑펑 생산해 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결국 췌장은 지치게 됩니다.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는 엄청난 과로에 지치고 피곤해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게 됩니다. 결국 전체 베타세포의 과반 이상이 전사하게 되면 당뇨병이 생기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많은 음식에 둘러 쌓여 있고 이 음식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먹다 보면 인슐린이 많이 필요한 상태가 됩니다.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진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현대인들이 당뇨병이 많이 생기는 원인은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져서 입니다. 인류의 인슐린분비능력은 아마도 옛날 사람이나 현대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을 것 입니다. 하지만 과다한 음식에 둘려 쌓여서 점점 뚱뚱해지는 현대인들의 인슐린저항성은 옛사람보다 훨씬 높아지고 결국은 당뇨병이 생기게 됩니다. 자신의 췌장세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슐린저항성을 낮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적절한 음식섭취에 만족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요. 결론이 또 이렇게 뻔하게 나니까 허무하신가요? 췌장의 인슐린을 헤프게 쓰시겠습니까? 아님 아껴서 쓰실 건가요?
최일훈 원장은 대전 '새서울내과 영상의학과 의원' 원장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주 진료과목은 전반적인 당뇨.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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