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은 오랫동안 철두철미한 조직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그룹 내 계열사에서 임직원들이 큰 비리를 저지른 사례가 거의 나오지 않은 것도 치밀한 조직 관리 때문이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별칭으로 '관리의 삼성'이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삼성맨들은 이런 조직문화에 잘 적응해 왔고, 삼성그룹은 임직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주며 '초일류 삼성'를 만들어왔다.
이같은 삼성그룹에서 최근 계열사의 최고위 임원 9명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선상에 올라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건희 회장의 와병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지면서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번에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확인됐다.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삼성 최고위 임원들이 지난 4∼5월 제일모직 주식을 대거 매수한 사실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모니터링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수상한 거래에 연루된 임원은 3∼4개 계열사 소속 9명으로, 사장들도 일부 포함돼 있다.
매입 시점은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발표되기 직전이다. 당시 이들이 사들인 제일모직 주식은 400억∼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내부 논의 절차를 거쳐 삼성 임원진의 관련 자료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보냈으며, 자조단은 이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최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 4월 초순부터 5월 중순까지 13만원대 후반에서 17만원대 후반을 오갔다. 이어 5월14일(14만9천원) 이후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다 삼성물산과의 합병 발표 당일인 5월26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18만8천원에 마감했다.
삼성 임원진은 합병비율 정보를 사전에 알고 더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제일모직 주식을 사들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로 당시 제일모직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됐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조사 대상에 오른 임원진을 상대로 확인해보니 제일모직 주식을 매수한 것은 맞지만 대부분 투자 금액이 1억∼2억원대이고, 미공개 정보 이용이 아닌 정상적인 투자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부는 여러 차례 주식을 사고 팔거나,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계좌 관리를 맡겨 정확한 투자 금액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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