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동영상]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독거 노인의 외로움을 그린 독일의 TV 광고가 인터넷에서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가운데 이 광고가 현재 독일이 마주한 심각한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에데카(EDEKA)가 ‘귀향(heimkommen)’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이 광고에서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홀로 텅 빈 식탁에서 식사하는 노인의 ‘절망적인’ 선택을 담았다. 그의 자녀들이 전화로 “올해는 못 갈 것 같아요, 내년에는 꼭 갈께요”와 같은 뻔한 거짓말을 수년째 반복하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는 자신이 사망했다는 거짓 소식을 자녀들에게 알린다.
서로 다른 대도시에서 살던 자녀들은 눈물을 흘리며 급히 아버지가 살던 작은 고향으로 장례식을 치르러 돌아온다. 이들이 집에 들어섰을 때 마추진 것은 크리스마스 만찬이 차려진 식탁. 불 켜진 촛불과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장식된 식당 뒤 부엌에서 건강한 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놀라는 자녀들에게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내가 너희들 모두를 집에 불러 모을 수 있었겠니?” 라고 물으며 광고는 수년만에 즐거운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이 2분짜리 광고 영상은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등록된 후 지금까지 2,9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일뿐 아니라 전세계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을 속인다는 설정 때문에 ‘교활하다’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독일 사회가 마주한 심각한 문제에 불편한 조명을 해 주고 있다는 평이다.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 자이퉁은 이 광고에 대해 “많은 이들이 스스로가 현행범이라고 느꼈다”며 “스스로에게 ‘우리가 직장, 친구들과 자신의 취미를 나이든 가족들보다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나?’라는 자문을 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이 광고가 급속한 노령화를 겪는 독일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도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각한 나라인 독일에서 더 많은 노인들이 외로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동부 독일의 높은 실업률 또한 독거 노인 문제를 설명해준다.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동부 농촌지역에서 서부로 이동하면서 많은 노인들이 동부 지역에 홀로 남아 동서간 인구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다.
독일노인학센터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퇴직자 중 20%가 아무와도 연락하고 있지 않거나 단 한 명과 연락하고 지내고 있으며 이들 4명중 1명은 한 달에 한 번 미만으로 친척들이 방문한다. 노인들의 외로움 개선을 돕기 위해 정부는 사회복지사의 퇴직자 방문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퇴직자가 숫자가 점점 증가하면서 재정 부담으로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프로그램도 축소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독일 국민들보다 훨씬 평균 연령이 낮은 난민들을 올해 100만명 가량 받아들인 것이 문제 해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일각에선 보고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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