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4일 ‘서초동 세 모녀 살해’사건의 피고인 강모(48)씨에게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계획을 구상했고, 신뢰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혼자만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모르는 세 모녀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반사회적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행 이후에도 여전히 잘못된 판단에 사로잡혀 죄책감보다 자기 인생에 대한 비관에만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평범한 가장이었던 피고인을 살인범으로 변하게 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왜곡된 물질 만능주의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수사 초기 진술을 보면 부인과 자식들을 스스로의 삶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인격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속된 부속물로 본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 구성원,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폭력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경종을 울릴 필요도 있다는 1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씨는 올해 1월 6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아파트 집에서 수면제를 먹여 잠든 아내(44)와 맏딸(14), 둘째 딸(8)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명문 사립대 출신인 그는 2012년 실직한 뒤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을 빌려 생활비를 대며 주식 투자를 했으나 3억원 가량 손실을 입고 대출금 변제 압박까지 받자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남은 가족들의 충격과 경제적 어려움을 우려해 가족들을 먼저 살해한 그는 범행 이후 집을 나와 충북 대청호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했지만 실패했고, 같은 날 경북 문경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범행 당시 그에게는 11억원 상당의 아파트와 4억원의 예금이 있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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