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든 아이를 한 팔로 안은 채 레바논 베이루트 거리에서 볼펜을 팔던 시리아 난민(본보 8월 31일자 16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진 모금 덕분에 석 달 여 만에 난민을 돕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4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9세 딸과 함께 레바논으로 피신해 난민이 된 압둘 할림 알아타르(35)가 아이를 안고 볼펜을 파는 모습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트위터와 크라우드 펀딩 인디고고 등에서 그를 돕기 위한 자발적인 모금 운동이 시작됐다. 분쟁 전문 언론 ‘컨플릭트 뉴스’를 운영하는 기수르 시모나르손이 주도한 이 캠페인을 통해 12만파운드(약 2억1,000만원)이상이 모였고, ‘볼펜 아빠’ 알아타르는 베이루트에 10월 초 빵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이어 케밥 가게와 작은 식당을 개업해 총 3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 알아타르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시리아 난민 16명을 고용했으며 후원금 가운데 1만6,000파운드는 시리아 내 친구와 가족에게 보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아빠 품에 안겨 세계인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알아타르의 딸은 3년 만에 학교를 다니게 됐다. 알아타르는 “이제 레바논과 시리아인 모두 자신을 보다 존중하고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게 됐다”라며 난민에서 사업가로 변신할 수 있게 도와준 세계인에 감사를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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