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끝 무렵 이미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를 단 피아니스트 김선욱(27)이 슈만의 곡을 들고 한국 관객과 만난다. 16일 대전예술의전당, 1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에스토니아 출신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도이치캄머필하모닉과 슈만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마침 독일 악센투스 레이블에서 녹음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29번 ‘함머 클라비어’를 녹음한 첫 독주 앨범도 국내 발매됐다.
김선욱은 4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슈만을 자주 연주했지만, 어떻게 하면 이 곡에 맞는 소리를 찾을지 고민이 많았다. 5년 전보다 생각이 뚜렷해졌고, 피아노를 통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다양한 방법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선욱은 2010년 5월 서울에서 지휘자 아슈케나지가 이끄는 필하모니아와 같은 곡을 연주한 바 있다. “음악가는 20대 후반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하더군요. 정말 신기한 게 요즘 제 취향이 확실해지고, 주장도 강해졌어요. 연주곡을 선별하는데 저만의 색깔이 생긴 게 아닐까 생각해요.”
따뜻하면서도 격조 있는 연주로 “최고의 인터내셔널 커리어”(정명훈)을 쌓아온 그는 첫 독주회 앨범으로 한껏 자신감에 차있었다. 앨범은 파리 연주회에서 발견한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레코딩 장소인 베를린 예수그리스도 교회로 공수하고,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의 전속 조율사를 대동할 만큼 악기의 음색에 공을 들였다. 그는 “최선을 다 했으므로 후회는 없다”고 자신했다.
이번 연주회에 대해서 그는 “연주자 자신을 100% 설득하지 못하면 무대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작곡가 슈만을 “주제를 확실히 정하고 음악에서 이야기를 끌어낸다”고 소개한 그는 “피아노 협주곡은 슈만의 창의성, 이미지를 가장 잘 구현한 작품이다. 피아노가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가 돼 함께 음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슈만의 작곡 스타일은 “소나타 형식에서 이야기를 건축처럼 쌓아 올리는” 김선욱의 연주 스타일과 묘하게 닮아 있다. “이번에 협연하는 도이치캄머필하니모닉이 챔버 오케스트라이고, 고밀도의 연주를 선보여 더 기대돼요.” (02)599-5743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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