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와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미국은 7년여 만에 제로(0)금리 시대를 마감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물가상승률이 제로 수준에서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 유럽의 ECB는 3일 예금금리 인하와 추가적인 양적 완화를 결정했다.
ECB, 경기회복 부진에 예금금리 -0.3%로
1조1,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회복세 및 인플레이션 부진 등으로 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예금금리와 자산매입 프로그램 등을 조정하는 추가 양적완화 대책을 내놓았다.
ECB는 지난해 9월 마이너스대(-0.2%)로 인하한 예금금리를 이날 0.1%포인트 추가 인하해 -0.3%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준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05%와 0.3%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6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최소 2016년 9월까지 매입하려던 기존 방안을 2017년 3월 이후까지로 연장하겠다”며 “채권 매입 대상도 지방채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해 예금금리 인하 당시 “현재 수준이 하한선”이라며 추가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지만, 물가상승률이 제로 수준을 맴돌자 올 10월 회의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날 발표된 유로존의 11월 물가지수(CPI) 예비치가 전년 대비 0.1%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에 ECB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10월과 같은 수치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0.2%와 ECB의 물가 목표치인 “2% 바로 밑”을 크게 밑돌았다.
美, 금리 인상 조건 모두 진전
반면 옐런 의장은 2일 미국 워싱턴시 이코노믹클럽에서 경제전망을 주제로 한 연설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12월 인상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이어 올 10월 열린 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노동시장 및 인플레이션 목표와 관련해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FOMC가 금리정책 정상화 개시를 너무 미루게 되면, 나중에는 경제 과열을 막으려고 급작스럽게 긴축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며 “이 같은 갑작스러운 긴축은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심지어 경기 후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10월 이후로 경제, 금융 데이터가 고용시장의 지속적 개선이라는 우리의 기대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나왔다”며 “고용시장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는 것은 물가가 중기적으로 우리 목표치인 2%대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을 뒷받침 한다”고 낙관적으로 경기를 전망했다. 또 “국제유가 약세와 미 달러화 강세 때문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0.25~0.5%포인트 낮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잠재 물가상승률은 1.25~1.75% 범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장들도 12월 금리인상설에 힘을 실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장은 이날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강연 중 “나는 금리인상을 늦추는 쪽보다 앞당기는 쪽을 선호한다”며 “통화정책은 효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너무 늦게 기준금리를 올리면 불균형 상태를 야기해 경제에 큰 비용을 안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장 역시 “경제 판단이나 전망을 크게 바꿀만한 경제 지표가 따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필요성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금리를 0%대로 낮춘 이후 7년여 간 0~0.25% 사이의 제로금리를 유지해 온 Fed는 오는 15, 16일 FOMC 회의를 앞두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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