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영국 발음 미국 발음 얘기가 많았지만 세계 뉴스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세상에서는 영어 발음을 구분하는 기준도 크게 바뀌었다. 똑같은 영어 발음을 두고 원어민끼리 비교하거나 어느 발음이 더 좋은지 자기들끼리 논쟁도 한다. 학자나 전문가들만의 논쟁거리였던 것이 이제는 보통 사람들의 관심이 되었다.
세계 영어 발음을 나누는 기준으로 ‘r발음의 생략’(non-rhotic)을 들 수 있다. ‘Really’ ‘red’처럼 r이 초성이거나 r 다음에 모음이 올 때는 r을 발성하지만 r음이 종성이거나 뒤에 자음이 오는 경우에는 생략하기도 한다. ‘I’d like some WATER’ ‘I need to buy a CAR’ ‘It is really HARD’의 대문자 단어들에서 r음을 발성하면 혀를 꼬부려 발음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r 발성을 생략하면 ‘워터-’ ‘카-’와 같이 말하면 고전 발음처럼 들린다. 미국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r음을 발성하지만 Boston 주변에서는 생략해 버리기 때문에 언뜻 영국 발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Fart, better 등에서 r음을 생략하면 ‘파-ㅌ’ ‘베터-’처럼 들리고 r음을 충실하게 말하면 약간 혀를 구부려서 내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분류와 달리 호주인이나 뉴질랜드 사람 중에는 변종 r을 발성하는 경우도 있다. Water ice를 붙여 읽으면 r음이 이어지는 모음 i와 연결되어 마치 ‘워터 라이스’처럼 들리는데 연음처리(linking R)된 것이다. 그런데 ‘the idea of it’같은 어구에서 r음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발성(intrusive R)하여 ‘디 아이디어 뤄ㅂ 잇’처럼 발성하기도 한다. 물론 이 발성은 끊임없이 지적당하는 비표준 발음이다. 잘난 체하기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자기네 발음이 Queen’s English이고 BBC English라고 보며 여타 식민지나 영연방 발음은 표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있지도 않은 r음을 발성하는 대신 그 자리에서 숨을 살짝 멈추는 ‘glottal stop’을 하라고 권한다. Short order(갑작스런 주문) 발음에서 ‘쇼트 오더’나 ‘쑈 토러’ 보다는 ‘쇼~ㅌ 오더’처럼 ㅌ음을 삼키듯 발성해야 옳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나 영어 학습자는 uh-oh의 발음을 ‘어 오우’로 발성하지만 원어민이라면 ‘어-ㄱ 어’처럼 순간 멈춤을 하고 2음절을 발성한다.
위에서 말한 r발성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의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들을 수 있다. 다만 영국의 South West와 West Midlands 남부, Lancashire 일부에서는 미국처럼 r발성을 하고, 호주와 뉴질랜드 남아공 등에서는 r음을 생략한다. 생략과 축약은 일상 대화에서 필요할 지 몰라도 충실한 발음은 아니다. 때문에 학습자 입장에서는 되도록 r음을 발성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바람직한 방법이다. 술 취한 듯 흐느적거리는 발음도 lazy accent이지만 원음에 충실하지 않은 발성도 lazy accent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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