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목소리를 녹음해 들으면 대개 어색하고 민망하다. 자기 안으로 되먹임 되는 소리와 외부로 나가는 소리의 음가가 다른 탓이다. 구조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안으로 감기는 파형과 바깥으로 뻗치는 그것을 시각적으로 그려봐도 엄연히 다른 모양일 테니. 그럼에도 나는 어릴 때부터 카세트테이프에 노래나 책 읽는 소리 따윌 녹음하길 즐겼다. 처음엔 나 역시 내 목소리가 듣기 싫었다. 그 낯설고 역겨운 느낌을 상쇄해 보려고 더 그랬을까. 자꾸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목소리에 적응이 됐다. 미성도 아니고 호흡도 거칠지만, 그저 그걸 듣는 게 좋았다. 목소리로 확인하는 나는 평소에 내가 인지하고 있는 나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생각도 왠지 다를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것과 목소리가 느끼는 감정의 결 역시 똑같진 않아 보였다. 그런 식으로 거리감과 친숙함이 겹쳤다. 생각하고 있는 걸 메모했다가 녹음해 들으면 어떤 오류 같은 게 객관적으로 체크되는 느낌이었다. “넌 누구니?”라고 녹음해 들으면 스피커도 똑같이 말하지만, 그건 문장 그대로의 질문이 아니라, 답을 암시하는 일종의 깜빡이 같았다. 그쪽이 아니야 이쪽을 봐. 또는 글쎄, 지금 말하고 있는 너는 또 누구니 등등. 최근에도 시를 써서 녹음하고 노래도 만들어 녹음했다. 내 목소리 안에서 다른 사람을 만난 거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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