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고기에 대한 일본의 애정은 각별하다. 요즘은 수요가 많이 줄었지만 패전 후 육류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래고기는 일본인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였다. 고래 부위 중 으뜸으로 치는 것은 뱃살. 일본인들은 소금으로 절인 뱃살을 훈제한 뒤 얇게 썰어 베이컨처럼 불에 구워 먹기를 즐긴다. 과거 노르웨이 러시아 등 서구국가들은 고래기름을 얻기 위해 포경을 했지만 일본은 주로 식용이 목적이었다. 일본의 포경이 9세기에 시작됐다고 하니 고래고기는 일본의 전통 식문화라 할만 하다.
▦일본이 남극해에서 포경을 재개하기로 했다. 일본이 내세우는 포경목적은 단 하나, 고래생태 연구다. 고래를 잡은 뒤 해체해서 어떤 먹이를 얼마나 먹는지 조사해 고래의 생태를 알아내겠다는 것이다. 포획할 밍크고래 개체수도 연구 목적에 부합하게 연간 333마리로 종전의 3분의 1 수준에 맞추겠다고 일본 정부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고래 생태연구는 명분일 뿐, 일본의 속셈은 싱싱한 고래고기 확보에 있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일본의 ‘꼼수 포경’은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금지한 뒤에도 계속됐다. 일본은 연구목적의 포경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점을 이용, 남극해와 북서태평양에서 고래를 잡았다. 남극해에서만 포획한 밍크고래가 연평균 850마리나 됐다. 급기야 호주의 제소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해 남극해에서의 포경을 금지했다. 고래연구 프로그램이 2005년 이후에야 시작됐고, 연구 실적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은 ICJ 판결이 남극해에만 해당한다며 북서태평양에서 계속 고래를 잡았다.
▦고래고기 섭취는 일본의 전통 식문화로 존중 받아야 한다. 지바(千葉)현 미나미보소(南房總)시는 초등학생들에게 고래 해체과정을 보여주고 시식도 하게 한다. 세대를 이어 계속돼야 할 전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래가 인간들의 남획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해 개체보존이 시급하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국제사법기관의 판결과 국제기구 결정의 허점을 파고드는 꼼수 포경은 선진국 일본답지 않은 행위다. 그럼 한국은? 부끄럽지만 2011년 IWC 회원국 중 불법 포경이 가장 많이 적발된 나라였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