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곶면 거물대리 2차 역학조사서
산업기술시험원 “중금속 불검출”
8월 노동환경연구소 조사선 다량 나와
극과 극 결과 두고 실랑이만
주민 피해대책 마련 늦어질 듯
“주변에 산업시설이 없는 논이나 야산의 토양에서도 중금속이 수십㎎/㎏씩 검출된다. 그런데 ‘불검출’이라니 믿을 수 없다.”(노동환경연구소)
“김포시 의뢰로 주어진 시료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분석했을 뿐이다. 절차상 오류는 없다.”(한국산업기술시험원)
주민들이 공장 난립에 따른 환경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경기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 일대에 대한 2차 환경역학조사에서 분석기관 별로 판이한 결과가 나왔다. 같은 지역 토양조사를 두고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어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올 8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통해 거물대리 15개 지점의 토양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카드뮴이 최대 9.4㎎/㎏, 비소가 최대 30.4㎎/㎏이 검출됐다. 납과 니켈, 구리, 아연 등 다른 중금속도 나왔다. 시료 채취 지점은 김포시와 연구소가 각각 8곳, 7곳씩 정했다.
하지만 김포시에서 같은 시료를 넘겨 받아 분석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15개 지점의 시료 1~15번 가운데 1~12번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지 않은 결과를 내놓았다. 13~15번은 연구소 측과 유사한 분석 결과가 나왔다.
김원 연구소 측정팀장은 “거물대리는 토양오염이 이미 확인된 곳인데 중금속이 전혀 나오지 않아 이상하다”면서 “시료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봤을 때 시험원의 시스템 오류 외에는 다른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1차 역학조사에서는 연구소와 교차분석에 참여한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한국환경공단과 모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3년 9월~지난해 2월 진행된 1차 역학조사에선 비소, 구리, 아연이 토양 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고 탄화수소 농도와 미세먼지도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민 사망률과 암 사망률은 전국 평균에 비해 각각 1.9배, 2.9배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주민들의 암 사망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2.9배 높고 심각한 토양과 대기 오염이 확인된 1차 역학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2차 역학조사 논란으로 주민들에 대한 피해대책 마련은 상당기간 늦춰지게 됐다.
산업기술시험원 측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험원 환경평가센터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는 없다”면서 “김포시가 토양 안에 어떤 중금속이 들어있는지 알려달라고 해 측정했을 뿐이며, 시료교체나 특정물질 불검출 문제에 대한 판단은 우리 몫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포시는 두 기관의 조사 결과에 대한 평균값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하대와 연구소 측은 “과학적 타당성을 훼손하고 결과를 왜곡하기 위한 부당한 개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된 거물대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주택,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도시용지를 늘리고 토지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준농림제를 시행하면서 공장 숫자가 크게 늘었다. 전체 공장은 미등록까지 포함해 7,000여곳에 달하고 환경오염배출시설도 덩달아 증가했다. 김포시의 환경오염배출시설은 1994년 536곳이었으나 2000년 1,992곳, 2010년 4,008곳, 현재는 5,000곳을 넘는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